[김대통령 담화이후]민심수습 행보 빨라진 청와대

  • 입력 1997년 2월 26일 20시 15분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은 20여일의 장고끝에 25일 대국민사과담화를 발표한 뒤 곧바로 당정개편을 위한 인선작업에 착수하는 등 시국수습 행보를 점차 빨리하고 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지론을 가진 김대통령은 이번 한보사태를 되돌아보며 그동안의 인사에 대해 뼈아픈 반성을 했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김대통령은 담화작성과정에서 각계 인사들과 만나 얘기를 나누며 『결국 내가 사람을 잘못 쓴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김대통령은 임기중 마지막이 될 이번 대규모 당정개편에서는 「청렴」과 「능력」에 주안점을 두어 계파와 지역을 초월한 인선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은 바로 자신들이 인사대상인 탓인지 당정개편의 방향이나 시기 규모 등에 대해서는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대신 청와대 관계자들은 여론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6일 오전 金光一(김광일)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각종 현안보다는 여론의 방향을 분석하는 얘기가 주류를 이뤘다. 청와대측이 분석하고 있는 대체적인 여론의 흐름은 △냉정하기는 하지만 현정부의 향후 정책 등을 지켜보겠다는 쪽이다 △적어도 「오만과 독선」으로 국민들 눈에 비쳤던 지난 연두기자회견의 분위기는 반전(反轉)시켰다는 것이다. 尹汝雋(윤여준)대변인은 『대국민담화 한번으로 민심이 완전히 돌아서기를 기대하지는 않았다』면서 『담화의 기조를 살려 열심히 일하다보면 현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돌아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실장도 이날 수석회의에서 『우리 모두 사의(辭意)를 표명하기는 했지만 이 자리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맡은 일을 철저히 챙기자』고 수석들에게 당부했다. 그러나 각 수석실은 전면 교체를 예견해서인지 일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듯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다. 비서실 관계자들은 한보사태 수습과정에서 수석비서관들의 갈등이 적나라하게 표출된 사실을 지적하면서 수석뿐 아니라 비서관들도 대거 교체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김동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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