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태/숨죽인 정치권]민주계 대선주자들도 『위태』

  • 입력 1997년 2월 10일 20시 07분


[崔英勳 기자] 한보특혜대출비리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10일 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총회장으로부터 수억원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신한국당 洪仁吉(홍인길) 鄭在哲(정재철)의원을 소환함으로써 검찰수사가 권력핵심의 어느 선까지 미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권에서도 국민회의 金大中(김대중)총재의 분신으로 불리는 權魯甲(권노갑)의원이 11일 소환될 예정이어서 이제 검찰수사는 정치권 전체에 큰 파문을 불러 일으키며 막바지를 향해 치닫는 형국이다. 현재 검찰 안팎에서는 신한국당의 대선예비주자도 한보비리커넥션에 연루돼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번 한보특혜대출비리사건 수사가 정계에 일파만파를 불러와 정계개편의 회오리가 몰아칠 것이라는 말이 나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10일 소환된 홍의원은 지난해 총선 직전까지 청와대 총무수석비서관을 지내는 등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집사장(執事長)으로 지근거리에서 보필해 온 심복중의 심복. 검찰관계자들은 『「재임중 단 1전도 받지 않겠다」고 강조해온 대통령의 측근인 홍의원이 「검은 돈」을 받은 것은 다른 사람이 받은 것과는 그 의미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개혁을 기치로 내걸었던 문민정부의 도덕성이 크게 훼손되게 됐다. 김대통령 역시 『자신은 한푼도 받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주변관리에 실패해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우지 못했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면키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홍의원 등의 구속만으로 이번 한보특혜대출비리사건의 의혹이 해소될 리가 없다는 데 많은 검찰관계자들은 동의하고 있다. 특히 김대통령은 이번 사건초기부터 「성역없는 수사」를 검찰에 지시해온 터에 자신의 치적 중의 하나로 여겨온 현정부의 개혁작업에 치명적인 손상이 가해졌다는 판단에 따라 오히려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는 것. 이에 따라 김대통령은 한보와 관련된 비리정치인을 빠짐없이 색출해 정치권을 대대적으로 수술하라고 검찰에 지시하는 「강공」을 선택, 난국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검찰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이제 여든 야든 대통령의 최측근이든 범죄혐의가 있으면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수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돌입했다』고 말해 수사의 수위가 만만찮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럴 경우 검찰 수사의 칼날은 아무래도 집권세력의 핵심인 민주계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수사의 진전에 따라서는 민주계 대선예비주자 1,2명이 구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한 수사관계자는 『정총회장은 돈을 쓰면 즉시 효과가 있는 민주계 실세들에게 주로 「돈질」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야당 정치인에게는 입막음용의 돈을 준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야법조계 등에서는 이번 한보사건도 과거의 「권력형 비리사건」과 마찬가지로 사건의 본질인 「특혜대출 배후세력」은 밝혀내지 못한 채 국회의원 전현직 관료 은행장 등을 구속하는 선에서 묻힐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한보측이 지난 92년 민주계측에 수백억원대의 대선자금을 제공한 것이 「한보특혜비리의 시발점」이라는 야권의 문제제기 등에 대해 검찰이 과연 어떤 해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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