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에 끌려만 다닐 것인가

  • 입력 1997년 2월 2일 19시 57분


한반도 관련 4자회담 설명회가 북한의 일방적인 통보로 1주일 연기되더니 다시 성사(成事)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오는 5일 뉴욕에서 열릴 예정인 설명회에 참석할 북한측 대표단이 「제때에」 평양을 출발하지 않을 것임을 미국에 통보해 온 것이다. 현 단계로는 북한의 설명회 불참통보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북한은 4자회담 설명회 참석을 미끼로 우선 식량지원부터 확보하려는 속셈을 드러냈다. 미국의 곡물메이저인 카길사(社)와의 곡물 50만t 거래협상에서 설명회 이전에 식량지원이 먼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그것이다. 곡물판매계약에 미국 정부도 서명해야 한다는 북한의 요구가 거부돼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북한은 유엔주재 공사를 통해 곡물협상과 설명회 참석을 연계시킬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협상할 때 상대방에게 한걸음 양보를 요구하고 그 요구가 관철되면 끈질기게 또 한걸음 더 양보를 요구하는 전략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켜 왔다. 상식밖의 협박을 서슴지 않는 벼랑끝 밀어붙이기로 많은 것을 얻어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北―美(북―미)제네바핵합의였다. 북한이 이번 또다시 4자회담에는 관심이 없는, 상투적인 수법으로 실익 챙기기에만 급급한 속셈을 드러낸 것을 볼 때 여기에서 양보하면 어디까지 밀릴지 예측하기 어렵다. 한국이 어떤 부담을 더 안아야 할지 알 수 없고 설령 설명회가 열린다고 해도 북한의 자세변화가 없는 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북한에 끌려다닐 것인가. 우선 북한이 과거와 같은 벼랑끝 외교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해야 한다. 쌀이 필요하다면 쌀을 구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교섭을 해야지 쌀과 관계없는 억지와 생트집으로 4자회담 설명회를 유산시켜서는 안된다. 북한이 이미 약속한 4자회담 설명회에 먼저 참석, 대화를 갖고 4자회담에 응한다면 쌀 문제는 남북사이에 순리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자신들의 억지 주장이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韓美(한미) 두 나라는 북한이 더 이상 무모한 책략을 부릴 수 없도록 단호하게 북한의 요구를 잘라야 한다. 지금 급한 쪽은 북한이다. 4자회담 설명회에 당장 참석하지 않는다고 대북 지원문제를 꺼내보이면 북한의 수법에 또 말려드는 결과가 된다. 더 이상 북한에 끌려다녀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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