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탈출 막으려 국경경비 강화…김경호씨 일가 회견

  • 입력 1996년 12월 17일 14시 29분


북한은 주민들의 탈출러시를 막기 위해 국경경비 초소를 2배로 늘리고 있으며 국경경비 초소당 근무인원도 3배 가까이 대폭 증원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또 유사시에 대비해 가정집에 화생방 기재를 비치토록 한 뒤 주민들에게 화생방교육을 실시, 전쟁이 발발할 경우 대규모 인명살상이 예상되는 화생방전을 불사할 것임을 예측케 했다. 북한을 탈출, 중국과 홍콩을 경유해 최근 귀순한 金慶鎬씨(61) 일가 등 16명은 17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사실을 폭로했다. 金씨 일가의 탈북을 도운 崔영호씨(30.회령시 안전부 노무자)는 "주민들의 탈출이 계속되자 4㎞마다 1개씩이던 국경경비초소를 2㎞마다 1개씩으로 지난 9월부터 증설중"이라며 특히 탈출로로 흔히 이용되는 渡江지점에는 잠복호를 별도로 설치한 상태라고 말했다. 崔씨는 특히 "金正日이 국경경비 업무를 보위부에서 인민무력부로 넘기라고 작년 11월 지시한 뒤 초소별 근무 인원이 8명에서 21명으로 대폭 늘었다"며 각 초소에는 정치지도원과 보위지도원 1명씩을 배치, 초소근무자에 대한 사상 교양과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金慶鎬씨의 맏며느리 李혜영씨(26)는 "작년 9월 유사시에 대비해 개인별로 비닐안경 모자 장갑 양말 헝겊마스크 등의 화생방 기재를 만들어 각 가정에 비치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했다. 李씨는 "그후 인민반장이 화생방 기재 비치실태를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며 "회령시의 경우 당에서 동별로 1개 인민반씩을 선정, 화생방 기재를 제작토록 한 뒤 주민들을 모아놓고 화생방 교육을 실시중"이라고 증언했다. 李씨는 또 "북한에서는 임산부들이 해산후 먹을 것이 부족해 몸 보신을 위해 태반을 먹는 등 식량사정이 극도로 악화됐다"며 병원에서는 약제사용 명목으로 태반을 일체 내주지 않기 때문에 임산부들은 고단백으로 알려진 태반을 먹으려고 병원출산을 기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민교양 실태와 관련, 李씨는 "작년 초부터 金正日을 친애하는 지도자에서 위대한 영도자로 호칭토록 하고 그를 미화한 1백여개의 문장을 암송토록 해 개인별로 암송여부를 검열하고 있다"며 "金正日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기 위해 매주 화요일 그를 우상화한 노래를 보급하는 사업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전쟁준비 상황에 대해 金慶鎬씨의 넷째 사위인 金일범씨(28)는 자신이 작년 7월까지 근무한 해군 12전대의 경우 유류,식량 등 전쟁예비 물자를 1백% 비축해 놓은 상태이고 전쟁준비의 마지막 단계로 전사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올해 초부터 당자금으로 중국산 담배를 수입, 군부대에 보급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金慶鎬씨의 둘째딸 명실씨(36)는 "북한은 80년대 후반부터 하나만 낳기 운동을 벌이다 식량난으로 출산기피 현상이 확산돼 군 징집대상이 모자르자 올해초부터 자녀 많이 낳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며 10명 이상의 자녀를 낳는 사람에게는 `모성영웅' 칭호를 주고 있다고 전했다. 명실씨는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나하나 먹고 살기도 힘든 세상에 모성영웅이 무슨 대수냐고 불평하고 일부 임산부는 의사에게 뇌물까지 주며 비밀리에 낙태수술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셋째딸 명숙씨(34)는 "전쟁을 경험한 세대와 간부및 무역일꾼들은 각각 전쟁이 일어나면 안된다, 전쟁나면 이로울 게 없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일반 주민들은 굶어 죽으나 전쟁나서 죽으나 마찬가지이니 차라리 전쟁이나 하자라는 심정으로 전쟁을 바라고 있다"며 북한주민들의 전쟁관을 설명했다. 金慶鎬씨의 차남 성철씨(26)는 "북한은 한국으로 표류했다 귀환한 병사를 소재로 한 영화, 강연자료 등을 만들어 체제결속에 이용하고 있다"며 "이의 영향을 받아 주민들은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귀환병사처럼 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넷째딸 명순씨(28)는 임신 8개월로 안정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권고에 따라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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