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결위가 10일 심야까지 마라톤회의 끝에 사실상 타결한 새해 예산안 계수조정내용은 야당지역 텃밭예산이 늘어나고 예비비를 비롯한 주인 없는 돈은 깎이는 등 예년과 대동소이한 양상을 띠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처음부터 경부고속철도 가덕도신항만개발 등이 지역편중예산이라고 줄기차게 공략했고 그 반대급부로 새만금신항설계비 백제문화권개발 등 각종 지역구예산을 조금씩 골고루 따냈다.
반면 순삭감규모는 야당이 당초 엄포를 놓은 삭감요구액 1조∼2조원에 훨씬 못미쳤다. 예산조정액(증액 및 삭감액)은 약 5천억원 안팎이었고 조정항목수는 5백여개에 달했다.
관변단체에 대한 국고지원은 지방조직에 대한 60억원의 보조금을 정부안대로 책정키로 했으나 나머지 40억원의 중앙조직지원금은 선심성 시비로 마지막까지 논란을 빚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의 대공수사비는 요구액중 일부만 증액하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았다.
환경부 통산부 등 각 부처예산관계자들은 마지막까지 소위회의장 앞에서 대기하며 소관사업 예산삭감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각당 정책위의장간 합의에 실패한 추곡수매가 인상폭을 다시 예결위에서 절충하느라 계수조정작업이 진통을 겪었다.
전반적인 계수조정이 의원들간에 지역구 예산 나눠먹기로 드러나자 비판도 적지 않았다.
야당소속 예결위원들은 『지역안배와 정치적 고려』라고 해명했지만 전문가들은 지역개발예산이 백화점식으로 분산투자되는 바람에 예산집행 효율성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신한국당의원들도 새만금간척지의 경우 매립과 항만기반조성에 10년이 소요되며 보령은 항만으로서 입지가 좋지 않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버스와 청소트럭의 매연여과장치설치비 융자예산 50억원은 원래 정부안에 반영됐다가 계수조정소위에서 삭감되는 등 주인없는 예산은 푸대접을 받았다.
이번 예산심사과정에서는 제도상의 문제점도 여지없이 노출됐다.
우선 예비심사 결과의 구속성이 없어 상임위는 예비심사를 통해 무려 1조3천억원을 증액, 소관부처에 선심쓰기 바빴고 예결위는 정반대로 이를 대부분 깎아내는 악역을 맡았다.
또 제도개선협상 등 정치현안과의 연계로 나라살림계획의 국회동의가 정쟁의 볼모가 돼 처리가 10일간이나 지연되는 구태가 재발되기도 했다.
〈李院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