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총각의 북한이야기]겨울복장

  • 입력 1996년 12월 8일 19시 56분


날씨가 유달리 추운 북한에서는 남한보다 겨울복장 준비를 더 철저히 해야 한다. 대부분의 북한사람들은 패션이나 멋보다는 따뜻한 복장을 택한다. 자칫 멋만 생각하다가는 강추위로 동상에 걸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젊은이들, 특히 일부 여성들은 강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멋에 치우친 옷을 입기도 했다. 북한에서 겨울복장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솜동복과 동화(冬靴) 장갑, 그리고 두툼한 양말과 동내의 털모자 목도리 등이었다. 솜동복은 솜을 넣어 누빈 것으로 집에서 재봉기로 만들기도 했다. 가장 인기있는 것은 군용동복이었는데 비싼 값으로 암거래됐다. 군용동복은 멋이 전혀 없었지만 여성들도 입었다. 멋쟁이들은 외투나 일본에서 들여온 다우다직잠바라는 것을 입었다. 다우다직잠바는 일종의 작업복으로 방수가 되는 천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는데 간부집에서나 입을 수 있었다. 코트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있다고 해도 추운 날씨때문에 전혀 인기가 없었을 것이다. 동화는 겨울신으로 솜을 넣어 누벼 만든 끈으로 묶는 두툼한 신발이었다. 원래 남성용 신발인데 여성들도 모두 신고 다녔다. 발이 동상에 한번 걸리면 계속 쉽게 걸리므로 처음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동화 역시 군용동화가 최고 인기였다. 북한사람들은 겨울에는 남한에서 전혀 구경하기 힘든 두툼한 양말을 신고 다녔다. 남한사람들이 신고 다니는 얇은 양말을 신는 사람은 없었다. 이런 두툼한 양말은 흔치 않아 상점에서 사지 못하면 직접 손으로 떠서 신고 다녔다. 군인들은 모두 발싸개를 하고 다녔다. 장갑도 빼놓을 수 없는 겨울복장의 하나다. 겨울에는 손이 시려 모두 장갑을 끼고 다녀야 했는데 멋쟁이들은 손가락장갑을, 보통사람들은 통장갑을 꼈다. 여자들은 무늬가 들어있는 손가락장갑을 직접 떠서 이성친구를 비롯한 가까운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곤 했다. 털모자도 군용털모자가 인기였다. 진짜 짐승털로 만든 털모자는 고위간부들만 쓰고 다녔다. 북한의 겨울거리에서는 털모자나 목도리로 바람 한점 스며들 틈이 없이 얼굴을 친친 감고 동복과 동화로 두툼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강추위를 피해 종종걸음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全 哲 宇 (전철우·한양대졸업·89년 동베를린에서 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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