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강 순찰정으로 다시 태어난 故 유재국 경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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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前 투신 실종자 수색중 순직
순찰정 바꾸며 ‘유재국호’ 이름 붙여
아내 “숨진 남편 기억해주셔서 감사”
지난해 영예로운 제복상 수상

지난달 23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 망원센터 계류장에서 고 유재국 경위의 유가족(오른쪽 3명)이 신형 순찰정 ‘유재국호’의 명명식에 참석했다. 서울시 제공
지난달 23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 망원센터 계류장에서 고 유재국 경위의 유가족(오른쪽 3명)이 신형 순찰정 ‘유재국호’의 명명식에 참석했다. 서울시 제공
“여보, 나 왔어요. 오늘 이현이 네 번째 생일이야. 잘 지내고 있지?”

지난달 23일 서울 마포구 망원센터 계류장. 한강경찰대의 신형 순찰정 105호가 물살을 가르며 첫 출항에 나서자 이꽃님 씨(37)가 순찰정 위에서 한강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남편인 고 유재국 경위(사진)가 가족의 곁을 떠난 뒤 처음으로 찾은 한강이었다. 이 씨는 아들 유이현 군(4)의 손을 꼭 잡았다.

유 경위의 배우자 이 씨에게 이날은 아들의 생일이기도 했지만 남편이 다시 태어난 날이기도 했다. 올 3월 서울시가 한강경찰대의 노후 순찰정 2정을 신형으로 교체하면서 순찰정 1정을 유 경위의 이름을 따와 ‘유재국호’로 정하고 명명식을 열었다. 유 경위는 지난해 제11회 영예로운 제복상 위민경찰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강경찰대 대원이었던 유 경위는 2020년 2월 가양대교 인근에서 한강에 투신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세상을 떠났다. 사고 당시 유 경위는 산소통에 30분 정도의 산소가 남은 것을 확인하고 “한 번만 더 찾아보자”며 물속으로 몸을 던졌지만 교각 돌 틈에 몸이 끼이며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번에 신형으로 교체된 순찰정 105, 106호는 약 16년간 사용해 한강경찰대가 보유한 순찰정 총 7정 중 가장 오래됐다. 유재국호는 유 경위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신형 순찰정 105호에 이름 붙여졌다. 이날 명명식에서 서울경찰청 관계자들이 줄을 당겨 선박을 덮은 천을 제거하자 유재국호라고 적힌 금색 동판이 빛을 받아 반짝였다.

이 씨는 “동판을 보면 눈물이 날 것 같아 차마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라면서도 “남편의 이름을 딴 순찰정을 만들고 기억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첫 수상 순찰에 나선 유재국호에서는 아들 유 군의 생일파티도 열렸다. 유 군은 유 경위 사고 당시 임신 중이던 이 씨가 충격으로 예정보다 4개월 일찍 출산하면서 뇌성마비를 앓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들이 준비한 케이크를 먹던 유 군은 “아빠가 일했던 곳”이라는 설명을 듣고 배 위에서 환하게 웃었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4월 한강경찰대 간담회에서 대원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한강경찰대 대원들이 시민의 안전을 위해 목숨을 걸고 임무 수행에 나서고 있는 만큼 노후 순찰정 교체를 약속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유재국호#명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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