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40년만에, 유전자검사로 韓친모 찾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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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때 헤어져… 1985년 美로 입양
입원중인 어머니와 화상상봉

다섯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된 박동수 씨(화면 속)가 18일 화상으로 40년 만에 어머니(가운데)와 상봉한 모습. 경찰청 제공
다섯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된 박동수 씨(화면 속)가 18일 화상으로 40년 만에 어머니(가운데)와 상봉한 모습. 경찰청 제공
“가족들과 재회하게 된 기쁨을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18일 친어머니를 만난 박동수 씨(45·벤저민 박)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 일리노이주에 사는 박 씨는 이날 화상으로 어머니 이애연 씨(83)와 친형 박진수 씨를 만났다. 박 씨가 1984년 다섯 살 때 엄마를 찾겠다면서 집을 나가 실종된 지 40년 만이었다.

경찰청과 재외동포청에 따르면 박 씨 등 4남매는 1980년 경남 김해의 친척집에 잠시 맡겨졌다. 남매들은 1984년 “직접 엄마를 찾아가겠다”고 친척집을 나왔다가 실종됐고, 이후 박 씨는 보호시설과 입양기관인 대한사회복지회를 거쳐 이듬해 미국으로 입양됐다.

가족을 찾고 싶던 박 씨는 2001년 모국 땅을 처음 밟아 입양기관을 찾아갔지만 입양기관에선 박 씨의 가족을 찾을 단서를 발견할 수 없었다. 이후 2012년 박 씨는 재입국했고 이번엔 경찰서를 찾아가 유전자 정보를 남겼다.

박 씨의 큰형 박진수 씨가 “실종된 동생들을 찾고 싶다”며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 건 그로부터 9년이 지난 2021년 10월. 그는 함께 거주 중인 어머니 유전자도 채취해 경찰서에 등록했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022년 8월 “박동수 씨가 이 씨의 친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 내렸다. 이후 경찰은 박 씨의 미국 내 과거 거주지를 확인했고, 주시카고 대한민국총영사관 등의 협조를 거쳐 박 씨의 주소까지 파악했다.

이렇게 박 씨는 18일 어머니와 친형을 만났다. 당장 국내로 입국할 수 없던 박 씨가 “가족들 얼굴이라도 먼저 보고싶다”고 해서 어머니가 입원 중인 요양병원에서 화상으로 만난 것.

‘무연고 해외입양인 유전자 검사 제도’를 통해 가족을 찾은 사례는 박 씨가 다섯 번째다. 재외동포청과 경찰청, 아동권리보장원은 2020년부터 재외공관 34곳을 통해 해외 입양 한국인의 유전자를 채취해 한국의 실종자 가족과 대조하는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실종 40년#유전자검사#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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