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고객 피싱 사기 또 막은 은행 보안경비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부산銀 박주현씨, 작년부터 4건
“갈수록 범죄 고도화… 더 신경 쓸것”

26일 오전 11시 10분경 부산 해운대구 BNK부산은행 반송운봉영업소. 로비매니저(보안경비원) 박주현 씨(46·사진)는 5분 넘게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60대 여성 A 씨에게 다가갔다. 박 씨는 “도와드릴 일 없나요”라고 A 씨를 안심시킨 후 휴대전화를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A 씨 휴대전화에 수신된 문자메시지엔 “엄마 나 ○○이야. 폰 액정이 파손돼 수리 중인데 대신 받은 폰으로 문자만 가능해. 마트 상품권 신청한 것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대신 해줘”라고 적혀 있었고, 애플리케이션(앱) 설치 링크가 첨부됐다. 이어 “엄마, 앱 설치하고 모든 동의를 하고 보면 아이디인 숫자 9자리가 생성돼. 그 숫자 여기로 알려줘”라고 했다.

박 씨는 피싱 사기임을 직감했다. 가족인 것처럼 문자메시지를 보내 원격 조종이 가능한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한 뒤 정보를 빼내고 돈을 가로채는 수법으로 판단한 것. 박 씨는 자신이 A 씨인 척하며 “서툴러서 그래. 기다려줘”라고 답문을 보내 시간을 벌고 경찰에 신고했다.

2분 만에 도착한 해운대경찰서 반송파출소 대원들은 A 씨를 아들과 통화하도록 해 안심시킨 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A 씨 통장의 돈을 다른 계좌로 옮기도록 했다.

지난해 2월부터 이곳에서 일한 박 씨의 ‘사기 적발’은 벌써 네 번째다. 딸인 척 카드론 대출을 부추기는 피싱 사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결혼할 것처럼 여성을 현혹시킨 뒤 돈을 빼내려는 ‘로맨스 스캠’ 등 지난해만 3건의 사기범죄를 막아냈다. 박 씨는 “고객의 돈과 생명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만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날이 갈수록 금융사기 범죄가 고도화돼 근무 때 더 신경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bnk부산은행 반송운봉영업소#로비매니저#박주현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