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피란길에 오른 우크라이나 여성과 러시아 남성의 사랑이 멕시코에서 결실을 맺었다.
14일(현지 시간) 텔레문도 방송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인 다리나 사흐니우크 씨(27)와 러시아 국적 세멘 보브롭스키 씨(29)는 올 2월까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살고 있었다. 2018년 처음 만나 3년의 열애 끝에 의료 컨설턴트인 보브롭스키 씨가 러시아를 떠나 키이우에 정착했다. 이들은 결혼을 앞두고 있었지만 러시아의 침공으로 허사가 됐다.
두 사람은 미국으로 망명할 마음을 먹었다. 지난달 초 키이우를 떠난 둘은 엿새 동안 여러 나라를 거쳐 미국과 국경을 접한 멕시코 티후아나 난민 캠프에 도착했다.
하지만 또 다른 난관에 부딪혔다. 우크라이나 난민은 망명 신청이 가능하지만 러시아 국민은 난민 자격을 얻을 수 없었다. 가족이 아닌 이상 둘이 함께 미국에 갈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두 사람은 현지 비영리단체 등의 도움을 받아 지역 등기소에서 13일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고, 미국 망명길이 열렸다.
사흐니우크 씨는 “내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고, 보브롭스키 씨는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혼식에 참가한 비영리단체 관계자는 “사랑은 전쟁도 초월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부부는 미국 뉴욕에서 새 삶을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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