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커플, 피란길에 美-멕시코 국경서 결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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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앞두고 러 침공에 키이우 떠나
美 망명 위해 지역 등기소서 결혼식

러시아인 세멘 보브롭스키 씨(왼쪽)와 우크라이나인 다리나 사흐니우크 씨가 멕시코 티후아나 등기소에서 결혼식을 올린 뒤 미소를 짓고 있다. 트위터 캡처
러시아인 세멘 보브롭스키 씨(왼쪽)와 우크라이나인 다리나 사흐니우크 씨가 멕시코 티후아나 등기소에서 결혼식을 올린 뒤 미소를 짓고 있다. 트위터 캡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피란길에 오른 우크라이나 여성과 러시아 남성의 사랑이 멕시코에서 결실을 맺었다.

14일(현지 시간) 텔레문도 방송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인 다리나 사흐니우크 씨(27)와 러시아 국적 세멘 보브롭스키 씨(29)는 올 2월까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살고 있었다. 2018년 처음 만나 3년의 열애 끝에 의료 컨설턴트인 보브롭스키 씨가 러시아를 떠나 키이우에 정착했다. 이들은 결혼을 앞두고 있었지만 러시아의 침공으로 허사가 됐다.

두 사람은 미국으로 망명할 마음을 먹었다. 지난달 초 키이우를 떠난 둘은 엿새 동안 여러 나라를 거쳐 미국과 국경을 접한 멕시코 티후아나 난민 캠프에 도착했다.

하지만 또 다른 난관에 부딪혔다. 우크라이나 난민은 망명 신청이 가능하지만 러시아 국민은 난민 자격을 얻을 수 없었다. 가족이 아닌 이상 둘이 함께 미국에 갈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두 사람은 현지 비영리단체 등의 도움을 받아 지역 등기소에서 13일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고, 미국 망명길이 열렸다.

사흐니우크 씨는 “내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고, 보브롭스키 씨는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혼식에 참가한 비영리단체 관계자는 “사랑은 전쟁도 초월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부부는 미국 뉴욕에서 새 삶을 시작할 계획이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러-우크라 커플#피란길#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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