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부통령 출마 접고 “정계 은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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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여론에… 딸이 대선 출마할듯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76·사진)이 내년 5월 부통령 선거 출마 계획을 철회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맏딸 사라 두테르테(43)가 내년 대선에서 자신의 뒤를 이어 대통령에 당선되도록 밀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2일 자신의 최측근인 크리스토퍼 고 상원의원의 부통령 후보 등록 자리에 참석해 “나는 오늘 국민들의 뜻에 따라 (내년 임기가 끝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한다”고 했다.

그의 정계 은퇴 선언에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그는 취임 뒤 ‘마약과의 전쟁’을 주도하면서 경찰이 마약범을 법적 절차 없이 살해하도록 부추겼고 60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다. 이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기소될 수도 있는 처지여서 퇴임 뒤 자신을 보호할 정치적 수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필리핀 대통령 임기는 6년 단임제여서 현직 대통령은 출마할 수 없다.

두테르테는 부통령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여론이 좋지 않았다. 6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6명은 대통령의 부통령 출마에 대해 권력 독점을 막고자 하는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며 반대했다. 두테르테는 다바오시 시장인 딸 사라를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사라 시장은 내년 정·부통령 선거에 아버지와 자신 중 한 명만 출마하기로 했다며 자신은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다바오시 시장 후보로 등록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정계 은퇴 선언으로 출마의 길이 열렸다. 필리핀 현지 방송은 2일 두테르테 대통령이 사라 시장이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필리핀 복싱 영웅 매니 파키아오 상원의원(43)은 1일 가장 먼저 대통령 후보로 등록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로드리고 두테르테#필리핀 대통령#정계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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