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실종 22년, 승관이 형 만나러 갑니다”

이소정 기자 입력 2021-07-29 03:00수정 2021-07-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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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산악회 소속 허승관씨, 1999년 원정 갔다 하산길 실종
김홍빈 실종 장소 인근서 시신 발견… 당시 동행했던 후배, 수습 자원
유족 “山사람 방식 장례 치러달라”
고 허승관 씨(점선 안)가 1999년 6월 연세산악회 소속으로 고 박영석 대장 등반대와 함께 히말라야 원정을 하던 모습. 연세산악회 제공
“승관이요? 부산 촌놈이었죠. 과묵하고, 성격 좋고, 선후배들도 잘 챙기는….”

연세대 산악 등반 동아리인 연세산악회 관계자는 2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홍빈 대장이 실종된 히말라야 브로드피크 현지 베이스캠프 인근에서 발견된 산악대원 고 허승관 씨(당시 27세)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연세대 사학과 92학번이었던 허 씨에 대해 산악회 선후배들은 “참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허 씨의 산악회 5년 후배인 직장인 현모 씨(43)는 허 씨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26일 파키스탄으로 떠났다. 산악회 관계자는 “(현 씨가) 22년 전 히말라야에서 승관이가 실종됐을 때 함께 등반했던 대원으로서 잘 챙겼어야 했다는 마음의 빚이 있었던 것 같다. 본인도 초행길이어서 승관이를 챙기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씨는 1999년 6월 연세산악회가 고 박영석 대장 등반대와 함께 히말라야 브로드피크로 원정을 떠날 때 허 씨와 함께 참여했다. 원정대는 그해 7월 29일 해발 7400m 지점으로 등반을 시도하던 중 허 씨와 현 씨의 몸 상태가 나빠지자 이들에게 먼저 7100m 지점의 베이스캠프로 내려가 쉬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허 씨가 실종됐다. 대원들이 이틀간 수색작업을 했지만 허 씨의 빨간 재킷만 발견한 채로 철수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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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22년이 지난 이달 초, 김홍빈 대장 원정대가 광주시산악연맹에 “브로드피크 베이스캠프 인근에서 한 외국인 등반대가 한국인 남성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전했고, 이 소식은 다시 연세산악회로 전해졌다. 허 씨 시신 옆에 연세산악회 재킷과 깃발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함께 원정에 나섰던 산악회원들 중 현 씨가 생업을 뒤로하고 허 씨의 마지막 길에 함께하겠다고 자원했다. 현 씨는 다음 달 초 허 씨의 시신을 수습한 뒤 현지 장례 절차에 따라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산악회 관계자는 “승관이 부모님께서 소식을 접하고 ‘승관이가 편하게 쉬고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며 “산에서 발생한 일인 만큼 장례 절차는 전문가들이 처리하는 방식을 따르겠다는 게 유족의 뜻”이라고 전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히말라야 실종#허승관#수습 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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