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참상 고발 ‘아프간 소녀’ 투옥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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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내셔널지오그래픽 표지 실려… 파키스탄서 신분증 불법취득 혐의 체포

내셔널지오그래픽 1985년 6월호에 실린 샤르바트굴라(왼쪽). 1984년 촬영한 사진으로 당시 나이는 12세로 추정된다. 오른쪽은 18년 후인 2002년의 굴라. 사진 출처 내셔널지오그래픽
내셔널지오그래픽 1985년 6월호에 실린 샤르바트굴라(왼쪽). 1984년 촬영한 사진으로 당시 나이는 12세로 추정된다. 오른쪽은 18년 후인 2002년의 굴라. 사진 출처 내셔널지오그래픽
 카메라를 뚫어질 듯 응시하는 강렬한 초록 눈빛으로 ‘아프가니스탄의 모나리자’로 불린 내셔널지오그래픽의 1985년 6월호 표지 주인공 샤르바트 굴라.

 10대 소녀에서 어느덧 중년이 된 그가 파키스탄 신분증을 불법 취득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파키스탄 연방수사국은 가짜 서류 및 서명 등을 이용해 파키스탄 신분증을 취득하고 사용한 굴라를 아프가니스탄 국경과 인접한 페샤와르에서 체포했다. 굴라는 혐의가 인정되면 최대 14년형을 선고받게 된다.

 아프간 소녀 굴라는 소련의 아프간 침공이 진행 중이던 1984년 미국인 사진작가 스티브 매커리(66)의 카메라 렌즈에 담겨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매커리는 포화를 피해 파키스탄 페샤와르 인근 난민촌에서 생활하던 굴라가 굳은 얼굴로 카메라를 쳐다보는 순간을 포착했고, 이는 아프간 전쟁의 참상을 증언하는 상징이 됐다. 굴라는 당시 12세로 추정됐다. 본인도 나이를 모른다. 매커리는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2002년 1월 아프간에서 굴라와 재회해 다시 한 번 그를 모델로 사진을 찍으며 “시간과 역경은 그녀의 젊음을 앗아갔지만 눈빛만은 강렬함을 잃지 않았다”고 말했다.

 굴라의 체포 소식에 매커리는 성명을 통해 “이는 인권 침해”라며 “그와 가족을 위한 가능한 모든 법적 경제적 도움을 제공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아프간 소녀#굴라#매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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