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지니의 퍼즐’ 펴낸 교포3세 최실씨… 6월 군조 신인문학상 수상 이어
日 최고권위 아쿠타가와상 최종후보에
재일동포 3세 소설가 최실 씨가 13일 자신의 소설 ‘지니의 퍼즐’을 들고 있다. 이 소설로 6월 군조신인문학상을 수상했고 일본 최고 권위의 아쿠타가와상의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잦은 이사 탓에 일본, 미국에서 초중고교를 9곳이나 다녔어요. 매번 새 학교에는 재미있는 게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끝내 어디에도 정을 붙이지 못했죠.”
13일 일본 출판사 고단샤의 도쿄(東京) 본사에서 만난 재일동포 3세 소설가 최실 씨(31)는 자신의 경험을 담담하게 털어놨다. 그는 소설 ‘지니의 퍼즐’로 6월 군조(群像)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또한 일본 최고 권위의 아쿠타가와(芥川)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수상 여부는 19일 결정된다.
소설 속 주인공 지니는 일본 초등학교에서 차별을 경험한 뒤 조선학교로 진학한다. 하지만 일본어밖에 못 해 조선학교에서도 적응이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1998년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하자 지니는 길거리에서 치마저고리를 입은 채 폭행과 성추행을 당한다. 이후 교실에 걸린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를 운동장에 내던지고 미국으로 가지만 여전히 자신이 있어야 할 장소를 찾지 못해 방황한다.
최 씨는 “실제로 조선학교에 다닐 때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를 보고 위화감을 느꼈다”며 “대포동 미사일이 발사됐을 때 긴장하고 학교를 다녔고 폭행을 당한 경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 국적인 최 씨는 고교 졸업 후 한국에 와서 대학 부설 어학당을 다녔다. 하지만 한국말이 서툰 탓에 ‘일본인’ 취급을 당했다고 한다. 그는 “지하철에서 반대편에 앉은 할아버지가 주먹질하는 제스처를 한 적도 있다”며 “미국, 일본에서 ‘외국인’이라는 생각에 한국에 왔지만 상처를 받았다”고 회상했다. 한국에서 채 1년도 머물지 못하고 일본에 돌아간 그는 영화 전문학교에서 각본을 전공한 뒤 소설가의 길로 들어섰다.
최 씨는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가 30세에 군조 신인상을 받았다. 30세 생일을 앞두고 갑자기 ‘이대로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식사와 잠을 거르며 한 달 반 만에 정신없이 소설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이달 초 출간 후 데이비드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연상케 한다는 호평을 받으며 증쇄를 포함해 2만5000부가량을 찍었다. 신인 작가의 순수문학으로는 이례적인 부수다. 유명 작가로부터 ‘틀림없는 걸작’이라는 찬사도 받았다.
최 씨는 주인공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청소년들을 향해 “그래도 집에 틀어박혀 있으면 안 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가서 사람을 만나고, 사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설 속 주인공도 세상과의 끈을 놓지 않고 분투한 끝에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가 처음이라는 최 씨는 “앞으로 독자들이 어두운 곳에서도 작은 희망이나 빛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