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바타’ 찍은 中장자제, 유네스코 등재 아셨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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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전문가이드 하나투어 전호일-김현주씨

중국 현지 가이드 전호일 씨(왼쪽)와 일본 현지 가이드 김현주 씨는 “사전에 좀 더 정확한 정보를 갖고 여행을 가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더욱 매력적으로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중국 현지 가이드 전호일 씨(왼쪽)와 일본 현지 가이드 김현주 씨는 “사전에 좀 더 정확한 정보를 갖고 여행을 가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더욱 매력적으로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장자제(張家界)가 세계유산인 걸 알고 보면 더욱 특별해 보일 겁니다.”

“똑같이 긴카쿠(金閣) 사를 방문해도 제 손님들은 ‘우린 수준이 높았다’고 만족스러워해요.”

경력 15년의 중국 장자제 현지 가이드 전호일 씨(36)와 경력 7년의 일본 현지 가이드 김현주 씨(39). 이들은 최근 1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동남아 유럽 미주 등지의 현지 가이드 6명과 함께 ‘2016 베스트 오브 베스트 가이드’로 선발됐다.

10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두 베테랑 가이드를 만났다. 두 사람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전문 가이드’로 꼽힌다.

이번 선발대회는 하나투어가 가이드를 통한 고객 서비스 향상을 위해 마련한 것. 베스트 가이드 8명은 지난 1년간 고객들이 홈페이지에 남긴 2만여 건의 칭찬 글, 오프라인으로 전달된 의견을 기준으로 칭찬율, 프로의식, 정성도 평가 등 7단계를 거쳐 선발됐다. 베스트 가이드는 9일부터 나흘간 국내 동부권 일주를 하며 VIP 대우를 받았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하나투어는 지난해 2월 업무협약을 맺고 세계유산 전문 가이드 교육 과정을 개설했다. 김 씨는 지난해 문화재위원인 강동진 경성대 교수, 조선왕릉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시키는 데 기여한 이창환 상지영서대 교수의 교육을 받고 전문가이드 시험에 통과했다. 현재 전 세계 하나투어 가이드 753명이 이 교육을 받고 활동하고 있다.

전문 가이드의 역할은 관광객들에게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바로 알리는 것. 관광지와 얽힌 역사적 배경 지식 외에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경위와 세계유산을 대하는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하는지 등을 꼭 설명한다. 전 씨는 “장자제가 영화 ‘아바타’의 배경이 됐다는 건 알아도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사실을 아는 관광객은 10명 중 1명꼴”이라며 “모든 사람이 소중히 보존해야 하는 유산임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일본 가이드는 특히 신경 써야 할 일이 많다. 김 씨는 주로 와카야마 현의 구마노 고도, 교토의 기요미즈(淸水) 사와 긴카쿠 사, 나라의 도다이(東大) 사 등을 소개하지만 손님들이 궁금해하는 여러 질문에도 열심히 답해 주고 있다. 그는 “특히 지난해 7월 우리에겐 강제 징용의 아픔이 서린 하시마 탄광(군함도)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자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손님이 많았다”며 “일본은 지역적으로 민감한 곳인 만큼 안내할 때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으로 전 씨는 93세 할아버지를 꼽았다. 그는 할아버지를 위해 하루 일정이 끝나면 그날 어느 곳을 다녀왔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등을 A4 용지에 써 줬다. 동굴에 가는 배도 할아버지를 위해 편도가 아닌 왕복으로 준비하며 배려했다.

김 씨에게도 잊지 못할 손님이 많다. 얼마 전 구마모토 지진이 났을 땐 한 손님에게 ‘가이드님은 괜찮으신 거냐’고 묻는 문자를 받기도 했다. 그는 “5년 전 아소 산을 구경했던 손님인데 잊지 않고 안부를 물어와 주셔서 너무 고마웠다”고 전했다.

전 씨와 김 씨는 “관광객들로 붐비는 유명 관광지가 아닌 세계유산과 같은 의미 있는 곳을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고 입을 모았다. 세계유산 투어 수익금의 일부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 ‘세계유산 보호기금’으로 자동 기부된다. 이들은 “‘세계유산 전문 가이드’라고 쓰인 목걸이를 걸고 설명하고 있으면 다른 투어 손님들도 함께 듣곤 한다”며 “앞으로 더 많은 세계유산 전문 가이드가 양성돼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장자제#전호일#김현주#세계유산 전문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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