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스타인이 찾은 진주, 뉴욕필 새 음악감독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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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출신 야프 판 즈베던… 혹독한 리허설로 유명

“음악가 인생에 가장 큰 위협은 (도전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자리에 안전하게 머물러 있으면) 작은 새장에 갇혀 있는 느낌이 들어요.”

27일(현지 시간) 세계 3대 교향악단 중 하나인 미국 뉴욕 필하모니의 새 음악 감독으로 선임된 네덜란드 출신 야프 판 즈베던(56). 그는 36세 때 20년 동안 연주하던 바이올린을 내려놓고 지휘봉을 새로 잡았다. 모든 바이올리니스트의 꿈인 콘서트마스터(제1바이올린 수석연주자) 자리도 내던졌다. 그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그 ‘무모한’ 결정에 대해 “(안전하지만) 답답한 새장 밖으로 나가 훨훨 날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판 즈베던은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였다. 7세 때 바이올린을 시작해 각종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지휘자로서 그의 잠재력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뉴욕필을 이끌었던 세계적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이었다. 1980년대 후반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의 독일 공연 때 당시 음악감독이던 번스타인이 “리허설 연주를 객석에서 들어보고 싶다”며 지휘봉을 잠시 판 즈베던에게 넘겼다. 이것이 첫 지휘였다. 당시 번스타인은 “지휘 실력이 형편없긴 한데, 뭔가 소질이 있는 것 같다. 진지하게 (지휘자의 길을)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판 즈베던은 2008년부터 미국 댈러스심포니오케스트라를, 2012년부터 홍콩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각각 지금까지 이끌어왔다. 그는 만족스러운 음악이 나오지 않으면 리허설을 끝내지 않는 등 혹독하게 연습시키는 지휘자로 유명하다. 일부 단원의 반발이 문제가 됐을 정도다. 그는 “완벽하게 연습하면 실제 공연장에선 자유를 느낄 수 있다. 나는 최고의 음악을 위해 나 자신에게 ‘110%의 노력’을 요구한다. 단원들도 그런 기준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뉴욕필#음악감독#야프 판 즈베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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