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 아이폰 따라 美서 中으로… IT가 맺어준 ‘오렌지 형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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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페라씨 2014년 뉴욕서 분실… 2015년초 로그아웃 안한 아이클라우드에
오렌지나무 배경 中사진 올라와
의문의 주인공 中SNS가 찾아 공개… 트윗 교환끝 광둥성서 ‘우정의 포옹’

지난달 18일 중국 산터우 공항에 내린 맷 스토페라(왼쪽)가 중국 현지 언론과 팬들의 환영을 받으며 ‘브로 오렌지’를 만났다.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은 현지 일간지인 ‘선전일보’ 1면을 장식했다. 중국 선전일보 홈페이지 캡처
지난달 18일 중국 산터우 공항에 내린 맷 스토페라(왼쪽)가 중국 현지 언론과 팬들의 환영을 받으며 ‘브로 오렌지’를 만났다.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은 현지 일간지인 ‘선전일보’ 1면을 장식했다. 중국 선전일보 홈페이지 캡처
‘도둑맞은 아이폰을 따라 세계를 횡단했다(I followed my stolen iPhone across the world).’

미국의 소셜미디어(인터넷 기반 매체)인 ‘버즈피드(BuzzFeed)’에 1일(현지 시간) 이 회사 직원인 맷 스토페라가 올린 기사 제목이다. 이 글은 최근 한 달간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물론이고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화제가 됐던 ‘브로 오렌지(Bro Orange·오렌지 형제) 사건’의 전말을 주인공인 스토페라가 소개한 기사다.

지난해 2월, 스토페라는 미국 뉴욕의 한 바에서 아이폰을 도둑맞았다. 1년 뒤 그는 새 아이폰으로 사진 앨범을 보다가 자신의 아이클라우드(iCloud·애플이 제공하는 웹 기반의 파일 저장 서비스) 계정을 통해 낯선 중국인 사진 수십 장이 올라온 것을 발견하고 경악했다. 중국인 남성이 오렌지나무 앞에서 찍은 ‘셀카’ 여러 장과 중국 음식점 메뉴판 같은 사진들이 한꺼번에 들어와 있었던 것. 누군가 스토페라의 도둑맞은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었고, 그때까지 로그아웃되지 않고 있던 스토페라의 아이클라우드로 사진들이 자동 업로드된 뒤 스토페라의 아이폰으로 ‘동기화’된 것이다.

2월 18일, 그는 이 이야기를 버즈피드에 썼다. 기사는 트위터로 퍼졌고, 순식간에 중국어로 번역돼 웨이보에도 퍼졌다. 사진 속 남자는 ‘브로 오렌지’라는 애칭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결국 글을 올린 지 이틀 만인 2월 20일 한 중국인이 “그를 찾았다”며 스토페라의 트위터에 브로 오렌지의 사진과 트위터 계정을 올렸다.

스토페라는 이 남자와 몇 주 동안 트윗을 주고받은 끝에 그를 직접 만나볼 결심을 했다. 3월 18일 중국 광둥(廣東) 성 산터우(汕頭) 공항에 내린 스토페라는 구름같이 몰려든 중국인과 기자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스토페라가 꽃다발을 들고 마중 나온 브로 오렌지와 포옹하는 사진은 현지 일간지인 ‘선전일보’ 1면에 보도됐다. 브로 오렌지는 산터우에서 차로 1시간 떨어진 메이저우(梅州)에 사는 평범한 식당 주인이었다.

스토페라와 브로 오렌지가 함께한 여행 과정은 트위터와 웨이보를 통해 생중계됐다. 스토페라는 브로 오렌지를 만나고서야 도둑맞은 아이폰의 행방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아이폰은 해외에서 도난된 스마트폰의 ‘집결지’인 홍콩을 거쳐 중국 광둥 성 선전(深(수,천))의 중고 시장에 들어갔다. 브로 오렌지의 사촌이 스토페라의 아이폰을 구입해 메이저우에 사는 브로 오렌지에게 선물한 것이다.

8박 9일 동안 둘은 메이저우와 베이징(北京)을 여행했다. 기자회견을 열고 우정을 기념하는 오렌지나무를 심었다. 도둑맞은 아이폰에 사진으로 올랐던 장소들을 함께 찾는 둘의 모습은 중국중앙(CC)TV에 보도돼 인기를 끌었다. 웨이보에서 브로 오렌지 이야기는 7000만 뷰를 기록했다.

여행 마지막 날 아침, “나는 우리가 무너뜨린 장벽에 대해 생각했다”고 스토페라는 적었다. “지금은 2015년이고 휴대전화와 컴퓨터는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언어의 장벽은 더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우리는 번역 앱으로 즐겁게 수다를 떨 수 있었다. 모든 것을 위한 앱이 있었다. 어떤 것이든 가능했다.”

곽도영 now@donga.com·서동일 기자
#도둑맞은 아이폰#세계횡단#버즈피드#브로 오렌지#스토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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