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포츠 케이블TV 채널인 ESPN은 4일 오전 정규방송을 잠시 중단하고 한 흑인 방송인의 부고를 긴급 뉴스로 전했다. 이 방송의 간판 스포츠 캐스터인 스튜어트 스콧 씨(50·사진)가 암 투병 끝에 숨을 거뒀다는 소식이었다. ESPN 여성 앵커인 해나 스톰 씨는 소식을 전하던 중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스포츠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곧바로 애도 성명을 냈다. 그는 “지난 20년간 가족과 종종 떨어져 있을 때 나는 소파에 앉아 스튜어트가 진행하는 스포츠 중계를 보며 위안을 얻곤 했다”며 애도했다.
세계적인 흑인 스포츠 스타들도 잇따라 조의를 표했다. 스콧 씨와 대학(노스캐롤라이나대) 동문인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그는 방송인이라기보다는 스포츠인들의 친구였다”고 애도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트위터를 통해 “스튜어트는 스포츠 이면 세계를 들여다볼 줄 알았다”고 말했다.
스콧 씨는 스타 앵커가 넘쳐나는 미 프로스포츠 중계 분야에서 ‘개척자(trailblazer)’로 불릴 만큼 탁월한 언어구사 능력과 장면 묘사로 20년 가까이 독보적 위치를 차지해왔다. 그동안 백인 스포츠 캐스터들이 주로 미 동부지역 표준어로 방송했던 것에 비해 스콧 씨는 흑인 특유의 표현과 ‘길거리 언어’를 적절히 섞은 중계로 유명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스콧은 스포츠 중계에 (흑인의) 힙합문화를 과감히 배합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수십 개의 어록을 만들기도 했다. 결정적인 장면에서 터뜨리는 ‘부-예(Boo-yah)’라는 감탄사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퇴근 후 프로스포츠 시청이 주요 일과 중 하나인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눈높이에 맞춘 스콧 씨의 방송에 열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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