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게이트 특종 지휘… 닉슨 낙마시킨 ‘언론의 전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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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들리 WP 前 편집인 별세
재임기간 퓰리처상 18차례… WP 세계적 권위지로 키워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사임을 이끈 워터게이트 특종 보도를 지휘한 벤저민 브래들리 워싱턴포스트(WP) 부사장이 21일 워싱턴 자택에서 타계했다. 향년 93세.

1921년 보스턴에서 태어난 그는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뉴햄프셔 선데이 뉴스, 뉴스위크에서 기자로 일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해군 장교로 복무한 그는 보스턴 명문가 출신, 하버드대 졸업, 참전 경험, 1957년부터 ‘이웃사촌’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과 돈독한 사이였다. 1975년 ‘케네디와 대화’라는 책도 펴냈다.

1961년 WP의 뉴스위크 인수로 WP 소속이 된 그는 1965∼1991년 26년간 WP 편집국을 이끌었다. 그와 캐서린 그레이엄 전 WP 발행인은 당시 미국 중소 언론에 불과했던 WP를 세계적 권위지로 키운 양대 주역으로 꼽힌다.

특히 그는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최초로 폭로한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 기자의 기사 게재를 결정하고 취재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1972년 공화당 출신의 닉슨 전 대통령 재선을 꾀하던 선거 준비단이 워싱턴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본부에 침입해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된 이 사건의 폭로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의 사임을 불러오며 ‘권력 감시(watch dog)’라는 언론의 역할을 다하고 탐사 보도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을 받았다. 이들의 활약상을 주제로 한 영화 ‘대통령의 음모’도 만들어졌다. 이 보도를 포함해 WP는 그가 편집국을 이끄는 동안 미 최고 언론상인 퓰리처상을 18차례 받았다.

또 그는 재임 중 WP의 발행 부수와 편집국 인력을 대폭 늘렸다. 1969년 1월에는 대중문화와 최신 유행을 다루는 ‘스타일’ 섹션을 도입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우드워드와 번스타인 기자는 이날 “브래들리는 진정한 리더이자 친구였다”고 애도했다. 2013년 8월 그에게 일반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 훈장인 ‘자유 훈장’을 수여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그는 진정한 언론인이었다”며 조의를 표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워싱턴포스트#벤저민 브래들리#워터게이트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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