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룡 “테니스 맏형인데… 장애인 탁구도 모범돼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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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룡 前용인시청 테니스 감독, 뇌경색 딛고 전국체전 우승 도전

테니스 라켓 대신 탁구채를 손에 들고 새 인생을 시작한 이우룡 전 용인시청 테니스 감독. 동아일보DB,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테니스 라켓 대신 탁구채를 손에 들고 새 인생을 시작한 이우룡 전 용인시청 테니스 감독. 동아일보DB,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한국 테니스가 아시아경기 남자 복식에서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한 것은 1982년 뉴델리 대회 때가 처음으로 이우룡 전 용인시청 감독(54)과 김춘호 국군체육부대 감독(54)이 당시 선수였다. 그때 코트를 주름잡던 이 전 감독은 요즘 테니스 라켓 대신에 탁구채를 잡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이 전 감독은 용인시청 테니스부를 이끌던 2004년 9월 29일 전국체육대회를 앞두고 추석 연휴에도 코트를 지키다 쓰러졌다. 뇌경색으로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던 그는 뇌 일부를 절개하는 수술을 받았고, 후유증으로 왼쪽 팔을 제대로 쓸 수 없게 됐다. 그 후 고향인 경남 김해에 내려간 이 전 감독은 5년 전 집 근처 장애인복지관에서 장애인 탁구와 인연을 맺었다. “평생 운동만 했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테니스와 비슷한 탁구를 하면서 새로운 의욕을 찾았다.” 한때 한국 테니스를 주름잡던 운동 감각에 하루에 3, 4시간씩 공을 치는 열정이 더해져 탁구 실력은 늘어만 갔다. 지난달 서울시장기 장애인탁구대회에서 우승한 이 전 감독은 다음 달 장애인전국체육대회에도 출전한다.

탁구로 새 인생을 시작한 이우룡 전 용인시청 테니스 감독(앞줄 왼쪽)이 11일 열린 테니스인의 밤 행사에서 은사인 김문일 전 국민생활체육테니스연합회장(앞줄 오른쪽), 후배인 노갑택 명지대 감독, 인천 아시아경기 남자 복식 금메달리스트 임용규, 정현(이상 뒷줄 왼쪽부터)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탁구로 새 인생을 시작한 이우룡 전 용인시청 테니스 감독(앞줄 왼쪽)이 11일 열린 테니스인의 밤 행사에서 은사인 김문일 전 국민생활체육테니스연합회장(앞줄 오른쪽), 후배인 노갑택 명지대 감독, 인천 아시아경기 남자 복식 금메달리스트 임용규, 정현(이상 뒷줄 왼쪽부터)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오랜 세월 테니스 코트를 떠나 있던 이 전 감독은 11일 서울 올림픽코트에서 열린 테니스인의 밤 행사를 찾았다. 자신처럼 최근 끝난 인천 아시아경기 남자 복식에서 28년 만의 금메달을 딴 임용규와 정현을 축하하는 자리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기꺼이 힘든 발걸음을 했다. 이 전 감독은 “후배들이 우승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한 것처럼 눈물을 쏟았다. 요즘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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