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 해커 “수능공부는 해킹만큼 안돼 걱정”

동아일보 입력 2014-04-04 03:00수정 2014-04-0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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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원-김범수군 세계 최대 해킹대회 ‘코드게이트’ 주니어부문 1, 2위
“매일 7, 8시간씩 해킹 연구를 할 때는 시간 가는 줄 모르는데, 이상하게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 공부만 하려고 하면 잠이 오고 집중이 안 돼요.”

앳된 얼굴의 임정원 군(18·선린인터넷고 3학년)은 멋쩍게 웃었다. 임 군은 2, 3일 서울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주최로 열린 세계 최대 국제해킹대회 ‘코드게이트 2014’ 주니어 부문에서 1300점의 압도적 점수로 우승을 차지했다. 2위 역시 800점을 받은 한국의 김범수 군(18·개포고 3학년)이 차지해 ‘코리안 주니어 해커’의 실력을 과시했다. 3일 수상식에서 이들을 인터뷰했다.

임 군은 고등학생이지만 보안업계에서는 유명인사다. 현재까지 총 6개의 해킹 방어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정보기술연구원이 3월 선정한 ‘국보급 보안 인재’ 10명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는 해킹을 어렸을 때 접했다. 임 군은 “초등학교 때 우연히 ‘역공격 해킹’이라는 책을 읽고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후 C언어 관련 서적을 구입해 독학으로 해킹을 익혀 나갔다.

선린인터넷고에 진학한 것도 해커로서 적성을 살리기 위해서다. 고등학교에서 ‘레이어 세븐’이라는 교내 해킹 동호회에 가입해 본격적인 실력을 키웠다.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한 해킹 대회에서는 ‘스카다(항만 등 사회기반시설에서 사용되는 시스템) 해킹’ 경기에 참가해 가장 먼저 시스템의 취약점을 발견해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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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해커’라는 수식어에 익숙한 임 군이지만 학교 공부는 “솔직히 부족한 부분들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취약점 분석, 해킹 문제 풀어보기, 프로그램 짜기에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성적이 만족스럽지는 않아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해야 겠다”며 여느 고등학생과 다름없는 성적 걱정을 했다. 우승 상금 500만 원에 대해서 임 군은 “대부분 부모님께 드리겠지만 조금 남겨 사고 싶은 것을 사겠다”고 말했다.

올해 7년째인 코드게이트는 처음으로 주니어 부문이 생겼다. 7시간 내 주어진 문제를 풀어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해커가 우승을 차지하는 방식이다. 가장 배점이 높았던 문제는 모의 통신망 시스템을 제시한 뒤 이를 공격해 가입자 정보를 빼내는 것이었다. 최근 발생한 이동통신사의 개인정보유출 사건을 재구성한 것.

준우승을 차지한 김 군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해킹 공부를 시작한 ‘초짜’다. 깜짝 성적을 낸 배경을 “꾸준한 관심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컴퓨터에 남다른 소질을 보였던 그는 초등학교 때 학교 시스템의 취약점을 우연히 발견하면서 해킹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배움의 기회는 없었지만 지난해 불현듯 “해킹이 내 길이다”라고 생각하고 독학을 해왔다.

김 군은 “처음 받아 보는 상”이라며 준우승의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 역시 공부 얘기를 하자 “수능 점수는 해킹 점수만큼 나오지 않는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들의 꿈은 ‘모든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최고의 보안 전문가’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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