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추기경 첫 미사는 노숙인들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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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임후 첫 사목 “행복은 마음속에”… 작년 성탄미사 약속 뒤늦게 지켜

염수정 추기경(오른쪽)의 추기경 서임 후 첫 외부 일정은 노숙인 시설 미사 집전이었다. 19일 염 추기경이 남성 노숙인 요양시설 ‘은평의 마을’에서 꽃다발을 선물 받고 감사를 표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염수정 추기경(오른쪽)의 추기경 서임 후 첫 외부 일정은 노숙인 시설 미사 집전이었다. 19일 염 추기경이 남성 노숙인 요양시설 ‘은평의 마을’에서 꽃다발을 선물 받고 감사를 표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집이 있고 몸이 성하다고 행복한 것이 아닙니다. 예전에 평창 스페셜올림픽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1등만 잘 사는 게 아니었고, 함께 열심히 경기에 임했다며 모두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습니다. 모두가 참 행복해 보였습니다.”

19일 오전 염수정 추기경이 서울 은평구 구산동 노숙인 요양시설 ‘은평의 마을’에서 미사를 올렸다. 12일 추기경에 서임된 후 첫 사목 활동이다.

주교관을 쓴 염 추기경이 목장을 들고 강당에 들어서자 시설 직원과 노숙인 등 400여 명은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

염 추기경은 강론에서 “하느님이 나를 사랑한다면서 왜 고통스럽게 만들었을까 의심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며 “우리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하면 불행하게 된다. 행복은 내 마음 안에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 “나 같은 죄지은 사람도 사랑하실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하느님의 자비는 죄보다도 훨씬 크다”고 했다.

염 추기경은 “추기경의 옷 색깔은 순교를 상징하는 선홍빛 빨간색이다. 제가 옷 색깔만큼 살아가도록 기도해달라”고 부탁했다.

추기경의 미사가 끝나자 중증장애인 15명으로 구성된 ‘한소리샘’이 추기경 서임을 축하하는 성가 ‘축하합니다’를 핸드벨로 연주했다. 염 추기경은 중증장애인들이 생활하는 공간을 찾아 일일이 손을 잡으며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묻고 살폈다. 방명록에는 ‘이 집에 하느님 나라가 임하시길 기도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염 추기경은 지난해 12월 23일 성탄 미사를 이곳에서 집전하기로 했지만 서울대교구 사제의 장례미사를 집전하느라 방문하지 못하자 이날 뒤늦게 ‘약속’을 지켰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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