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 낳은 세계적인 화가인 우성(宇城) 변시지 화백(사진)이 8일 오후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87세. 고인은 제주 서귀포에서 태어나 6세 때 일본으로 건너가 미술수업을 받다가 23세에 일본 최고 권위의 광풍회전(光風會展) 최고상을 수상했다. 중견화가도 어렵다는 최고상을 조선청년이 차지한 사실이 큰 반향을 불렀다. 천재성에 대한 일본의 찬사를 뒤로한 채 1957년 영구 귀국해 작품 활동을 하다 1970년대 중반 제주에 정착했다.
고인은 중앙무대에서 자주 전시회를 갖지 않았지만 제주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황토색 바탕에 먹빛으로 풍광을 그려 넣는 독특한 화풍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흙을 날려버리고 돌만 남게 하는 폭풍과 소용돌이 등을 자주 그려 ‘폭풍의 화가’로 통했다. 여성적 곡선의 한라산, 초가지붕과 까마귀, 조랑말과 해송, 바람을 맞으며 걷는 사람 등을 통해 인간의 슬픔과 애환을 표현했다.
고인의 작품 두 점은 2007년 6월부터 10년 동안 전시 예정으로 미국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소장됐다. 1991년 국민훈장을 받았으며 2011년에는 제9회 이동훈 미술상 본상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학숙 씨와 1남 2녀.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0일 오전 11시. 02-923-4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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