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여성기구 락슈미 푸리 총재대리 “성폭력에는 관용 배제… 그래야 근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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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인터뷰
“한국 첫 女대통령 탄생, 여성폭력 줄이는 계기될것”

4일 이화여대에서 만난 락슈미 푸리 유엔여성기구 총재 대리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사소한 폭력도 용납해선 안 되고 잘못된 고정관념을 타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4일 이화여대에서 만난 락슈미 푸리 유엔여성기구 총재 대리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사소한 폭력도 용납해선 안 되고 잘못된 고정관념을 타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성희롱, 강간…. 성폭력의 종류가 무엇이냐, 발생 장소와 가해자의 배경이 어떠한가를 따져서는 안 됩니다. 모든 폭력에 관용을 베풀어선 안 됩니다. 그게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는 방법입니다.”

3일 방한한 유엔여성기구(UN Women) 락슈미 푸리 총재 대리(61)가 4일 이화여대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온 말이다. 그는 국제 여성 문제 논의차 국내의 주요 여성계 인사들을 면담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인도 출신인 그는 28년간 외교관으로 일한 베테랑. 2002년부터 유엔에서 일해 왔고, 유엔여성기구가 출범한 2011년 부총재가 됐다. 미첼 바첼레트 전 총재가 사임한 올해 3월부터는 총재 대리를 맡고 있다. 2000년 유엔은 2015년까지 국제사회가 달성해야 할 8개 사항을 담은 ‘새천년 개발목표(MDGs)’를 제시했다. 2015∼2030년에 추진할 ‘국제개발의제(Post-MDGs)’는 현재 논의하고 있다. 푸리 총재 대리는 이 의제에 양성평등을 포함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야말로 가장 심각한 불평등과 성차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폭력을 범죄로 규정하고, 가해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며 “정의로운 판결을 받는다는 확신이 있어야 피해자도 자신감을 갖고 신고할 수 있다”고 했다.

유엔여성기구는 유엔총회가 유엔 내에 있던 △여성지위향상국 △여성훈련원 △여성 관련 사무총장 특별자문관실 △유엔여성개발기금 등 4개 기구를 통합해 설립한 기구다. 한국은 유엔여성기구가 출범한 2011년 집행이사국으로 선출됐다. 지난해에는 1년간 집행이사회 의장직을 맡았고, 한 해 동안 441만 달러(약 49억5232만 원)의 기여금도 냈다.

이번이 첫 방한인 그는 “한국에 첫 여성 대통령이 나온 건 매우 상징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여성들은 평소 여성 정치인들이 리더십과 힘을 발휘하는 걸 보면서 알게 모르게 많은 힘을 얻습니다. 폭력에 맞서는 용기도 그런 힘을 통해 더 많이 발휘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이 줄어들고, 여성들의 역량도 강화될 거라고 봅니다.”

그는 결혼이주여성의 인권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돈을 지불하고 아내를 맞이하면 남편들은 아내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마음대로 아내를 막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정부는 이런 국제결혼 과정에서 여성들이 착취당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락슈미 푸리 총재대리#성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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