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 고운 나이에 만나 사랑에 빠진 왕자와 결혼하기까지 33년을 기다려야 했던 ‘스웨덴의 신데렐라’ 릴리언 왕자비(사진)가 10일(현지 시간) 스톡홀름 자택에서 사망했다. 향년 97세. AP통신은 “왕실이 사인을 밝히지 않았지만 왕자비는 2006년부터 알츠하이머를 앓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영국 웨일스 출신의 모델 겸 배우였던 릴리언 메이 데이비스는 1943년 런던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해군 파견 복무 중이었던 스웨덴 베르틸 왕자를 처음 만났다. 푸른 눈의 미녀 릴리언과 사려 깊고 쾌활한 베르틸은 곧 서로에게 빠져들었다. 릴리언은 영국 육군에 징집된 남편과 1945년 이혼했다.
그러나 부왕(父王) 구스타프 6세는 “왕실 존립에 위협이 된다”며 왕자와 서민 이혼녀의 결혼을 허락하지 않았다. 베르틸의 형이 1947년 비행기사고로 사망한데다 두 동생은 이미 서민과 결혼해 왕위 계승이 불안했기 때문. 결국 두 사람은 조카 칼 16세가 장성해 왕위에 오르고 3년이 지난 뒤인 1976년에야 결혼에 골인했다. 백발의 신랑은 64세, 신부는 61세였다. 베르틸 왕자는 1997년 폐질환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소박한 동거 생활을 이어 온 이들의 로맨스는 언론을 통해 소개되며 왕실의 인정보다 대중의 지지를 먼저 얻었다. 릴리언 왕자비는 80세 때 남편과 함께 한 인터뷰에서 “오직 사랑뿐인 인생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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