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수석 시각장애인 뒤엔 도우미학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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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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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김보연씨 4.5만점에 4.49점

지난달 29일 호주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대 특강에서 김보연 씨(왼쪽)가 장애학생용 스마트패드로 강의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숙명여대 제공
지난달 29일 호주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대 특강에서 김보연 씨(왼쪽)가 장애학생용 스마트패드로 강의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숙명여대 제공
“선진국에서는 장애가 있어도 공부만큼은 불편 없이 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과 장애가 있는 학생에게도 아무런 편견이 없다는 것을 느끼고 돌아왔어요.”

3급 시각장애를 지닌 숙명여대 교육학부 2학년인 김보연 씨(21)가 지난달 말 호주 시드니를 다녀온 소감이다. 장애학생 10명과 도우미 학생 등 모두 26명으로 짜인 숙명여대 장애학생 글로벌탐방단의 첫 프로그램 활동이었다.

이들은 시드니대와 뉴사우스웨일스대(UNSW)를 찾아 해외의 장애학생서비스센터와 장애학생 보조기구실을 둘러봤다. 특히 UNSW에서는 현지 장애학생들이 받는 수업과 동일한 방식의 특강을 들었다.

강의실에는 칠판 외에 2개의 스크린이 설치돼 있었다. 한쪽에는 수업자료 화면을 띄우고 다른 한쪽에는 청각장애학생들이 자막을 입힌 자료를 띄웠다. 정부가 지정한 법정 속기사는 강사의 모든 말을 자막으로 풀어 청각장애학생도 문제없이 수업을 듣도록 도왔다. 그 덕분에 청각장애가 있는 환경디자인학과 2학년 김수진 씨(21)는 수강하는 데 지장이 없었다.

앞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는 시각장애학생에게는 스마트패드를 지급해 자막을 확대해서 공부할 수 있게 했다. 칠판 글씨를 알아볼 수 없는 김 씨도 스마트패드를 활용해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평소 김 씨는 계단과 경사진 길을 조심하면 생활하는 데 큰 불편을 겪지 않지만 돋보기나 확대 독서기를 활용해야 책을 볼 수 있다.

특강을 들으며 김 씨는 자연스럽게 지난 학기를 떠올렸다. 강의내용을 따로 녹음하고 도우미 학생이 대신 필기한 내용을 컴퓨터로 옮긴 뒤 글자를 키워 공부했다. 지난 학기에는 6명의 도우미 덕택에 만점(4.5점)에 가까운 4.49점의 평점을 받아 학부 수석을 차지했다.

한편 교육과학기술부는 장애학생들이 수월하게 공부하도록 이들을 지원하는 ‘맞춤형 도우미’ 2500명을 3월부터 전국 대학과 전문대 등에 배치한다고 6일 밝혔다. 또 실제 강의내용을 웹카메라와 무선마이크 등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수화와 자막으로 바꿔 전달하는 원격교육 지원시스템도 마련하기로 했다. 교과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7600여 명의 장애학생이 대학에 다니고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숙명여대#시각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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