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총재 선임 뒷이야기 소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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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트너 장관이 전화해 “내일 오바마 만나봐라”
세계銀총재 제의서 지명까지 닷새만에 속전속결

“어느 날 갑자기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전화를 했어요. 그 뒤 오바마 대통령을 면담하고 세계은행 총재 후보 지명까지 닷새 만에 모든 게 이뤄졌죠.”

지난해 7월 취임한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11일 워싱턴 뉴지엄에서 열린 ‘한인의 날’ 기념행사에서서 총재 선임에 얽힌 뒷이야기를 소개했다.

지난해 3월 다트머스대 총장이었던 김 총재는 다트머스대 출신이자 평소 친하게 지내던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으로부터 어느 날 갑자기 “세계은행 총재에 관심 있냐”는 연락을 받고 너무 놀라 “‘그 세계은행(The World Bank)’을 말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는 것. 김 총재가 “물론 관심 있다”고 답하자 가이트너 장관은 “그러면 내일 백악관으로 대통령을 만나러 오라”고 답했다고 한다. 김 총재는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돼 처음 총재 제의 전화를 받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면담하고 백악관에서 총재 후보 지명을 받기까지 닷새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명 이후 실제 취임까지는 약 4개월이 걸렸다.

김 총재는 또 이사 가기 싫어했지만 아버지의 총재 취임으로 워싱턴으로 가야만 했던 자신의 12세짜리 아들에게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전화해 위로했던 일화도 자세히 소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김 총재에게 아들과 얘기하고 싶다며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고 했고 김 총재 부인 휴대전화로 통화가 이뤄졌다는 것. 김 총재가 먼저 전화해 “대통령으로부터 전화가 갈 것”이라고 하자 농담으로 받아넘겼던 부인은 직접 오바마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 너무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한다. 또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너한테 빚졌다”라고 위로 받은 아들은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생일 파티를 열게 해달라고 부탁할 계획까지 세웠지만 결국 포기했다고 김 총재는 전했다.

김 총재는 “최근 6개월 동안 총재직을 수행하며 한국에 두 차례 가봤는데 한국처럼 국가경쟁력 향상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나라는 보지 못했다”며 “미국은 한국의 역동성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싸이의 ‘강남 스타일’에서 보듯 문화까지 수출할 정도로 발전한 한국은 여러 나라의 모범 사례”라고 덧붙였다.

김 총재는 부친이 17세 때 여섯 형제를 두고 북한을 떠나온 일화를 소개하며 “개인적으로 인도주의적으로 북한을 지원하고 방문하는 일에 관심이 있지만 정치적 환경은 매우 복잡하다”며 “북한은 세계은행 회원국이 아니므로 지원을 받으려면 먼저 회원국으로 가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미경제연구소(KEI)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웬디 커틀러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보, 리아 서 내무부 차관보, 최영진 주미 한국대사, 도널드 만줄로 신임 KEI 소장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빈곤퇴치 운동단체 ‘원데이즈웨이지(ODW)’ 설립자 유진 조 씨와 뉴욕 자원봉사자 단체 ‘한인공동체기금(KACF)’을 만든 경 윤 씨가 ’자랑스러운 한인상‘을 받았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김용 총재#선임 뒷이야기#가이트너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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