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中企의 집념, 日최대통신사가 144억에 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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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IT업체 알서포트, 日 NTT도코모서 11억엔 투자 유치

원격지원 소프트웨어 업체인 알서포트의 안천홍 일본지사장이 7일 KOTRA 도쿄IT지원센터 사무실에서 원격지원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알서포트는 11일 일본 최대 통신사인 NTT도코모로부터 약 11억 엔의 투자를 유치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원격지원 소프트웨어 업체인 알서포트의 안천홍 일본지사장이 7일 KOTRA 도쿄IT지원센터 사무실에서 원격지원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알서포트는 11일 일본 최대 통신사인 NTT도코모로부터 약 11억 엔의 투자를 유치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한국의 토종 정보기술(IT) 기업 알서포트(RSUPPORT)가 일본 최대 통신사인 NTT도코모로부터 약 11억 엔(약 144억 원)의 투자를 받아냈다. NTT도코모는 11일 “알서포트의 주식 24만9800주를 10억9000만 엔에 매입하고 기술개발 및 해외 판매 분야 업무를 제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KOTRA 도쿄IT지원센터의 유승호 소장은 “한국의 제조업체가 아닌 IT 기업이 일본의 투자를 유치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며 “한국 IT 기업이 일본에서 투자받은 액수 중 가장 크다”고 말했다.

최근 도쿄(東京) 사무실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안천홍 알서포트 일본지사장은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한국 중소기업이 투자를 유치하게 된 비결과 쉽지 않았던 과정 등을 설명했다.

안 지사장은 알서포트의 대표 서비스인 원격지원 소프트웨어부터 설명했다. 안 지사장이 휴대전화를 꺼내 전용번호를 누르자 도코모 상담원이 나왔다. “스마트폰의 일정 관리 애플리케이션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고 문의하자 상담원은 6자리 접속번호를 휴대전화로 보내줬다. 접속번호를 입력하고 OK 버튼을 누르자 원격지원이 시작됐다. 이때부터는 상담원이 직접 안 지사장의 휴대전화를 조종하며 문제점을 해결했다.

안 지사장은 “서로 다른 네트워크에서도 원격 지원할 수 있고 상대방이 반드시 OK를 해야 원격으로 지원할 수 있는 것은 알서포트 제품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안 지사장이 일본에 건너온 것은 2006년 4월. KOTRA 도쿄IT지원센터에 사무실을 만든 뒤 컴퓨터용 원격지원 프로그램을 판매했으나 연간 매출액은 1억9000만 엔에 불과했다.

새로운 기회는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찾아왔다. 스마트폰은 ‘미니 컴퓨터’라고 불릴 만큼 기능이 풍부하지만 이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사람이 드물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다. 도코모 측이 2009년경 먼저 “스마트폰용 원격지원 서비스가 가능하냐”고 문의했다. 그때부터 안 지사장은 도코모에 수십 번을 찾아가 알서포트 제품을 시연하고 관련 기술을 설명했다.

하지만 곧 이뤄질 것 같았던 계약은 2년 동안이나 진전이 없었다. ‘미국의 쟁쟁한 IT 기업도 많은데 왜 한국의 중소기업과 손잡느냐’는 도코모 내부의 반대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안 지사장은 조그마한 지적이라도 나오면 밤을 꼬박 새우며 수정한 뒤 다시 찾아갔다. 도코모 내에선 “말만 하면 고쳐 온다”는 소문이 퍼졌다.

결국 도코모는 올해 초 알서포트와 계약을 맺고 여름 이후 판매하는 모든 스마트폰에 원격지원 애플리케이션을 탑재했다. 도코모는 2015년 스마트폰 4000만 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그때쯤엔 일본인 3명 중 1명은 한국의 토종 소프트웨어를 지니고 다니는 셈이 된다.

알서포트의 고객인 일본 기업도 4000여 개에 이른다. 올해 일본 내 예상 매출은 7억3000만 엔으로 한국 내 매출보다 20억 원 정도 많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 내 원격지원 소프트웨어 분야의 시장 점유율도 70% 이상으로 6년 연속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알서포트#NTT도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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