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국 전문가 500명 참가 亞범죄학대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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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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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 범죄 심각성 공유 힘 약해… 강력하고 효과적인 외국정책 참고를”
김일수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

“한국은 구성원 전체가 범죄의 위험과 파장에 대해 공감하는 힘이 약한 사회입니다.”

세계 20개국 범죄학 전문가 500여 명이 2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 모여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제4회 아시아범죄학대회’에서 만난 김일수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66·사진)은 최근 국내에서 논란이 된 학교폭력과 왕따 문제, 아동 성범죄 사건들에 대해 이런 분석을 내놨다. 김 원장은 “학교폭력 문제로 자살사건이 벌어진 뒤 ‘있으나 마나’ 한 대책이 되풀이되는 것은 해당 범죄의 심각성을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힘이 약하기 때문”이라며 “이번 행사를 통해 각국의 강력하고 효과적인 형사정책을 벤치마킹해 범죄를 효과적으로 줄여 나갈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독일에서는 지난해 학교폭력으로 한 학생이 자살하자 모든 중고교에서 ‘추모의 날’ 행사를 열어 문제의식을 공유했다”며 “올 7월에도 독일연방상원은 청소년이 가벼운 범죄로 집행유예 처분을 받더라도 무조건 최대 한 달까지 구금해 반성하도록 하는 법안까지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18일 경기 의정부역에서 30대 남성이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른 사건과 같은 ‘묻지 마 범죄’에 대해 “사회의 다양한 곳에 잠재돼 있는 범죄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리스크 매니지먼트’(위기관리) 시스템이 없어 이 같은 후진국형 범죄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일본은 ‘화이트칼라’ 범죄 쪽으로 형사법 연구의 중심이 옮겨가는 추세를 보이지만 한국은 경제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양한 범죄 유형이 혼재돼 있는 후진국 패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 실정에 맞는 형사정책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직 검사이자 유엔경제사회이사회 산하 범죄예방·형사사법위원회 의장 자격으로 참석한 빳차라끼띠야파 마히돌 태국 공주는 이날 현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의 형사정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이번 회의를 통해 아시아의 형사정책이 활발하게 교류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매년 열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이 학술대회는 아시아 각국의 형사정책에 대한 연구결과를 공유하는 장이 되고 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아시아범죄학대회#김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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