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춘천 산사태 참사 1년… “자식이 못다한 봉사, 부모가 이을 겁니다”

  • 동아일보

유가족들 사회봉사 사업회 출범

지난해 7월 27일 강원 춘천시 상천초교로 과학발명 캠프 자원봉사를 떠났다가 숨진 김유라 씨의 부모가 1주기를 앞두고 22일 김 씨의 사진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당시 희생 학생 부모들은 자녀들이 못다 한 사회봉사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지난해 7월 27일 강원 춘천시 상천초교로 과학발명 캠프 자원봉사를 떠났다가 숨진 김유라 씨의 부모가 1주기를 앞두고 22일 김 씨의 사진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당시 희생 학생 부모들은 자녀들이 못다 한 사회봉사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언제까지 자식 잃은 슬픔에 빠져 있을 순 없잖아요. 우리 아이들이 이 세상에서 못다 이룬 봉사·희생정신을 이어갈 생각이에요.”

1년 전 봉사활동을 떠났다가 산사태로 희생된 인하대 학생들의 부모들이 저세상으로 먼저 떠난 자녀들을 대신해 본격적인 사회봉사에 나선다. 지난해 7월 27일 강원 춘천의 초등학교에서 농촌 어린이들을 위한 과학 발명캠프를 열어주던 인하대 동아리 ‘아이디어 뱅크’ 소속 학생들은 산사태가 숙소인 민박집을 덮치는 바람에 10명이 숨지고 20명이 부상당했다.

희생자 부모들은 1주기를 앞둔 요즘 ‘춘천봉사활동 인하대 희생자 기념사업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 27일 춘천시 사고 현장에서 1주기 추모식을 열고 ‘춘천봉사활동 인하대 희생자 기념사업회’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학부모들은 본격적인 사회봉사활동을 펼치며 자식들이 못다 이룬 봉사정신을 이어가기로 뜻을 모았다.

우선 자녀들이 끝내지 못한 ‘초등학생 발명캠프’를 다시 열기로 했다. 이 캠프는 저소득층 초등학생들의 창의력 향상을 돕기 위한 과학교실이다. 희생 학생들이 몸담았던 과학발명 동아리인 인하대 아이디어 뱅크와 함께 마련한다. 학부모들은 또 발명캠프에 참가한 학생 중 우수 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주고 지속적으로 후원하기로 했다.

희생 학생 부모들은 올해 6월 충남 금산군 유원지에서 물에 빠진 초등학생을 구하다 숨진 이재홍 군(16)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최근 대한적십자사에 성금을 기탁하는 등 의로운 일에 앞장서다 숨진 사람들을 돕는 일을 이미 시작했다.

고 최민하 씨(당시 20세·생활과학부 1학년)의 부친 최영도 씨(47)는 “자원봉사협회 등과 함께 ‘자원봉사활동기본법 및 시행령 개정’에 힘을 쏟을 것”이라며 “춘천봉사활동 인하대 희생자의 사고 경위, 그리고 자원봉사자가 천재지변으로 사고를 당했을 때 책임 주체가 없는 문제점을 담은 백서를 발간할 것”이라고 말했다.

봉사활동을 통해 먼저 간 자식들의 뜻을 잇기는 하지만 슬픔이 사라지지는 않고 있다.

고 이정희 씨(당시 25세·컴퓨터공학과 3학년)의 아버지 이상규 씨(55)는 “10년간 끊었던 담배를 다시 물었고 요즘도 술을 마시지 않고는 잠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당초 충남 대천해수욕장에서 프린터 신상품 판매 아르바이트가 예정돼 춘천 과학발명캠프에 참가할 수 없었던 이 씨는 대천에 폭우가 내려 판매 행사가 취소되자 곧바로 춘천을 찾아 봉사활동에 동참했다가 변을 당했다.

고 김유라 씨(당시 19세·생활과학부 1학년)의 어머니 이정자 씨(53)도 딸 얘기를 꺼낼 때마다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한 채 “봉사활동 떠나기 며칠 전 ‘초등학생과 함께하는 과학발명 캠프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는 딸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한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 김용주 씨(56)는 “자식 잃은 죄 때문인지 친구나 친목회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기피하게 됐다. 유라 등 희생자 8명이 있는 인천 부평 가족공원에 달려가 딸을 만나는 것이 유일한 기쁨”이라며 “이제는 봉사활동에 참여해 아이들 뜻을 이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인하대#산사태#유가족 사회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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