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절단 앞두고 “Let’s do this”… 美 사회 감동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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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파먹는 세균과 사투 美 대학원생 ‘불굴의 용기’ 화제

에이미 코플랜드 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사고 전 사진. 수술 뒤 에이미 씨가 다시 말문을 연 27일 아버지 앤디 코플랜드 씨가 ‘오늘은 에이미의 날’이라며 “축하해 달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자 7만2500여 명이 ‘좋아요’를 클릭해 공감을 표시했다. 사진 출처 미국 ABC 뉴스
에이미 코플랜드 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사고 전 사진. 수술 뒤 에이미 씨가 다시 말문을 연 27일 아버지 앤디 코플랜드 씨가 ‘오늘은 에이미의 날’이라며 “축하해 달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자 7만2500여 명이 ‘좋아요’를 클릭해 공감을 표시했다. 사진 출처 미국 ABC 뉴스
“레츠 두 디스(Let's do this·우리 그렇게 해요).”

부모는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터져 나오는 울음만 겨우겨우 참아냈다. 겨우 20대 초반인 딸. 한창 꽃필 나이에 팔다리 절단이라니. 그때 가쁜 숨을 내쉬던 딸은 부모를 향해 힘겹게 이 세 마디를 내뱉었다.

사고로 세균에 감염돼 결국 팔다리까지 잘리는 기구한 운명에 처한 한 여대생이 놀랍도록 침착한 용기로 절망을 극복해 미국 사회를 감동시키고 있다. 수술 뒤 삶과 죽음의 문턱을 오갔지만 끝내 삶의 의지를 불태우며 회복세를 보이자 현지 언론은 ‘영웅의 생환’이라며 기뻐하고 있다.

에이미 코플랜드 씨(24)는 미 애틀랜타 주 웨스트조지아대의 평범한 대학원생이었다. 1일 학교 인근 리틀탤러푸사 강에서 밧줄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오는 레포츠 ‘지프라인’을 즐기던 중 줄이 끊기며 강으로 추락했다. 왼쪽 종아리에 상처를 입었지만, 긴급 이송된 병원에서 응급 치료를 받아 별 이상이 없는 듯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상처로 침입한 ‘아에로모나스 하이드로필라’라는 세균이 괴사성 근막염을 일으킨 것. 최근 미 남부에서 주민들을 공포에 빠뜨린 희귀 괴질에 걸린 것이다. 감염 부위가 온몸으로 번지고, 심장과 신장까지 제 기능을 못하기 시작했다. 서둘러 상처 입은 왼쪽 다리를 절단했지만 상태는 계속 악화됐다.

결국 의료진은 회복이 불가능한 오른발과 양손마저 모두 잘라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설령 그렇게 해도 생존을 장담할 수만은 없어 그의 부모는 의료진의 결정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때 에이미 씨가 부모 앞에서 스스로 결정했다. 사지를 절단하더라도 병마와 싸우겠다고.

수술 뒤 한동안 의식이 없었다. 여전히 신장 투석 중이었고, 한때 심장이 멈추는 위기도 맞았다. 하지만 절단 약 1주일 만에 에이미 씨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27일, 애타게 기다린 부모에게 이렇게 입을 뗐다.

“안녕. 와우,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아요.”

아버지 앤디 코플랜드 씨는 미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에이미가 손이 잘린 팔을 들고 ‘아빠, 내 마법의 손가락 좀 봐요’라며 환하게 웃는 걸 보며 우리 가족은 어떤 역경도 함께 이겨낼 수 있단 걸 직감했다”고 말했다.

어머니 도나 코플랜드 씨는 채식주의자인 딸에게 줄 음식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미 CBS뉴스가 ‘아직 음식 섭취가 어렵지 않으냐’고 묻자 어머니는 이렇게 답했다.

“물론 제대로 먹긴 힘들겠죠. 하지만 자식 입에 들어갈 밥을 짓는 게 바로 엄마가 할 일이랍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에이미 코플랜드#사지절단#세균 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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