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첫 佛상원의원 당선 입양아 출신 플라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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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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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가 태어난 소중한 나라 하지만 오랫동안 잊고 싶었다”

“오랫동안 한국을 잊고 싶었다.”

서울의 보육원에서 7세 때 프랑스에 입양된 어린이가 25일 프랑스의 상원의원이 됐다. 녹색당의 2인자인 장뱅상 플라세 지방의원(사진)이다.

▶본보 26일자 A31면 한국계 첫 佛상원…

플라세 당선자는 26일 한국 특파원들과의 인터뷰에서 “녹색당 후보 10명이 상원에 진출하는 등 좌파가 선전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해 기쁘다”며 “내년 정권이 교체돼 기회가 된다면 예산장관직을 맡아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에 대해 어떤 추억이 있나

“보육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놀았던 정도다. 프랑스에 온 뒤 한국어를 잊어버릴 정도로 오랫동안 한국을 잊고 싶었다. 10세 때 부모님이 한국어를 배우라고 했지만 거절했다. 또 부모님이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한국에 갔다 오라고 했지만 거절했다. 부모님은 내가 한국과 인연을 이어 나가도록 노력하셨지만 내가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한국에 관심이 생겼다. 파리시장과 함께 제주도를 방문했고 지난해 르피가로에 내 기사가 실린 뒤 한국대사를 만나고 한식당에 가보며 조금씩 한국을 알게 됐다.”

플라세 씨의 입양 전 한국 이름은 권오복이다. 1968년 3월 12일 서울에서 태어나 1975년 7월 23일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의 변호사 가정에 입양됐다. 모친은 플라세 씨를 키우기 위해 직장을 그만뒀고 아들이 프랑스어를 배우면서 한국어를 완전히 잊게 되자 한국인 보모까지 들일 정도로 세심하게 배려했다고 한다. 플라세 씨는 캉 대학에서 경제 및 은행법을 전공하고 금융 분야에서 잠시 일했다. 1993년 라로셸 지역의 미셸 크레포 의원의 비서로 일하면서 정계에 진출했다.

―다음 달에 한국을 방문하는데….

“코리아 파운데이션 초청으로 10월 26일부터 일주일간이다. (내가 있던) 보육원도 가보려고 한다. 내게는 ‘과거로 회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은 내가 태어난 국가, 친부모가 있는 나라, 소중한 나라다.”

―친부모를 찾으려고 해 본 적은 없나.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인생에 영향을 미쳤나.

“한국 이름이 있지만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친부모를 찾으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지만 내 이름이 한국에 알려진 뒤 페이스북으로 가족인 것 같다는 메시지를 두 개 받았다.”

―상원의원으로서 정치적 계획과 목표는, 장차 대선 도전 계획은 없나.

“공공 재정, 예산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 그리고 내년 대선에서 좌익 진영이 정권교체를 해 집권하기를 바라며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대선 출마 문제는 내년 이맘때 다시 만나 얘기해 보자(웃음).”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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