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 무산스님 신흥사 조실 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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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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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선방 수좌들의 최고 정신적 스승으로
강원도 불교계, 탄허 스님 입적 28년만의 경사

설악산 백담사에 주석(駐錫)해온 설악 무산(雪嶽 霧山) 스님(79·사진)이 강원도 불교계의 최고 선승이자 어른인 조실(祖室)로 추대됐다. 하안거 해제를 하루 앞둔 13일 설악산 신흥사에서 열린 추대법회에서 전국의 선방 스님과 수좌들은 특유의 무애적 선풍(禪風)으로 수행자를 지도해온 무산 스님을 신흥사 조실로 추대했다.

이로써 조계종 제3, 4 본사가 있는 강원도 불교계는 선사이자 대예언가였던 탄허 스님(1913∼1983)의 입적 28년 만에 조실 스님을 모시게 됐다. 강원일보 용호선 논설위원은 “무산 스님의 조실 추대는 강원도 사상사의 공백을 메웠다는 정신사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방장(方丈) 스님이 불교의 종합수도원 격인 총림(叢林)의 최고 지도자라면 조실 스님은 전국의 선방 수좌들의 수행과 깨달음을 지도하는 최고의 정신적 스승을 말한다. 절의 어른을 뜻하는 회주(會主) 스님과는 달리 연장자라고 해서 아무나 맡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조계종 선방 수좌들은 그간 여러 해에 걸쳐 무산 스님의 조실 추대를 추진해 왔으나 스님은 이를 단호히 고사해 왔다. 하지만 이들의 거듭된 요청에 “이것도 다 시절 인연”이라며 마침내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시조 시인이기도 한 스님은 수행과 시작(詩作)을 하면서 최근 15년 동안 만해사상 선양과 실천에도 진력해 왔다.

일체의 의식이나 예물 증정 없이 담백 조촐하게 치러진 이날 추대식에서 무산 스님은 안거를 마친 수좌가 즉석에서 “도(道)란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자네가 믿는 것이 도”라고 답했다.

여신도들이 축하 꽃다발을 전하자 스님은 “이렇게 예쁜 사람들이 꽃다발을 안겨주는 것을 보니 진작 조실을 할 걸 그랬다”고 말해 좌중의 폭소를 자아낸 뒤 200여 명의 참석자를 향해 “여러분도 모두 정진해서 각자의 마음 밭 조실이 되라”고 설법했다.

하안거 해제식을 겸한 추대식은 20여 분 만에 끝났다. 추대식에는 오랫동안 스님과 인연을 맺어 온 이수성 전 국무총리 내외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설악산 신흥사=오명철 문화전문기자 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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