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이명박 대통령 구두 만든 이기철 EFC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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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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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세련되게” DJ는 “편안하게” 주문“각하 발 재는건 법으로 금지” 전두환대통령 신발 보고 제작

“이것이 역대 대통령들의 구두골” 역대 대통령의 구두를 만든 이기철 EFC(옛 에스콰이아) 이사가 1일 경기 성남시 중원구 본사 작업실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구두골을 들어 보이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대중 김영삼 노태우 이명박 대통령의 구두골. 성남=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이것이 역대 대통령들의 구두골” 역대 대통령의 구두를 만든 이기철 EFC(옛 에스콰이아) 이사가 1일 경기 성남시 중원구 본사 작업실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구두골을 들어 보이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대중 김영삼 노태우 이명박 대통령의 구두골. 성남=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그리고 이명박.

이기철 EFC(옛 에스콰이아) 제화BG 상품개발부문장·이사(57)가 만든 신발을 신은 대통령들이다. 40년간 ‘구두 만들기’ 외길을 걸어온 그는 전용기 계단을 오를 때 살짝 보이는 대통령의 구두 뒤꿈치만 봐도 자신이 만든 구두인지 아닌지 알아본다.

구두장인(匠人)인 이 이사를 1일 경기 성남시 중원구에 있는 EFC 본사에서 만났다.

○ “뉴스서 내가 만든 구두 보면 짜릿”

이 이사는 고등학교 졸업 후 1971년 에스콰이아에 입사해 미싱팀 막내인 ‘하견습’으로 시작했다. ‘중견습’과 ‘상견습’을 거쳐 보통 6, 7년 걸리는 ‘미싱선생’ 자리에 2년 반 만에 오른 그는 1년 후 개발실에 발탁됐다.

그가 입사하기 전 에스콰이아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의 구두를 만들었다. 박 대통령은 미국 방문을 앞두고 “국산 구두를 신어야 한다”며 제작을 의뢰했다고 한다.

“선배들에 따르면 발이 245mm였던 박 대통령은 발이 커보이게 만들어 달라고 했답니다. 키도 커보이게 해달라고 해서 굽높이를 일반 구두보다 두 배가량 높여 40mm로 제작했다고 하더라고요.”

이 이사가 직접 만든 첫 대통령 신발은 전두환 대통령의 골프화 한 켤레다. 그는 청와대로 갔지만 대통령의 발 크기를 직접 재진 못했다. 비서관이 “각하의 발을 재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 이사는 “실제 그런 법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비서관들이 그렇게 말하더라”고 전했다. 이에 전 대통령이 신던 신발 한 켤레를 받아와 골프화를 만들었다. 나중에 비서관은 “각하께서 만족스러워하신다”고 전해 왔다. 노태우 대통령의 구두와 실내화도 모두 10켤레 만들었다. 이때도 노 대통령이 신던 신발을 받아 왔다.

이 이사가 대통령의 발을 직접 잴 수 있었던 때는 문민정부부터였다. 멋쟁이로 알려진 김영삼 대통령은 “세련되게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발등이 일반 사람들보다 높아 발등 부분을 올려 만들었다.

다리가 불편했던 김대중 대통령은 “무조건 편하게 해달라”고 강조했다. “구두끈을 없애고 발바닥에 쿠션도 더 넣었어요. 발바닥창도 가죽창 대신 스펀지창을 사용했죠. 김대중 대통령은 넉넉한 크기의 구두를 좋아하셨지요.”

노무현 대통령의 구두는 요청이 들어오지 않아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이 이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식 때 신은 구두를 만들었다. 이 구두는 고급스러운 느낌을 강조했다. “뉴스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분들이 내가 만든 구두를 신은 모습을 보면 짜릿하고 설렙니다.”

○ 아버지가 얻어온 구두 한 켤레에 마음을 뺏기다

목수 아버지를 둔 그는 6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옷을 차려입고 광택 나는 구두를 신은 사람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 없었단다.

“중학생 시절, 아버지가 밤색 헌 구두를 한 켤레 얻어 오셨어요. 아버지는 구두를 열심히 닦아 조심조심 신으셨죠.”

자기 발보다 한참 큰 아버지 구두를 몰래 신어 보던 소년은 “멋진 구두를 만드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꿈을 이뤘다. 손재주가 좋은 데다 업무가 끝난 후에도 밤늦게까지 남아 일에 매달린 결과였다.

그는 현재 새로운 고급 구두 브랜드를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10년은 더 일하고 싶다는 이 이사는 “페라가모 같은 해외 명품 브랜드와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 한국의 명품 구두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성남=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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