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조명, 무당벌레에겐 죽음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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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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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중 이환희 양 이색 연구… 유튜브 동영상 전문가도 공감

아파트 옥상에 설치한 조명에 무당벌레가
타 죽는 현상을 분석한 잠실중학교 2학년 이
환희 양. 이 양은 아파트 조명을 끄거나 곤
충을 유인하지 않는 특수 램프로 교체할 것
을 제안했다. 이영혜 기자 yhlee@donga.com
아파트 옥상에 설치한 조명에 무당벌레가 타 죽는 현상을 분석한 잠실중학교 2학년 이 환희 양. 이 양은 아파트 조명을 끄거나 곤 충을 유인하지 않는 특수 램프로 교체할 것 을 제안했다. 이영혜 기자 yhlee@donga.com
강연장을 가득 메운 청중은 단상 위 작은 여학생의 말에 집중했다. “여름이면 이 아파트에서만 하루 70마리의 무당벌레가 조명 때문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비영리 강연단체 ‘테드엑스잠실’ 행사에 참여한 이환희 양(15·잠실중 2)의 강연은 의미 있는 파장을 일으켰다.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 올라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도 “훌륭한 연구를 했다”고 격려했다.

“여기가 ‘킬링 스폿(killing spot)’이에요. 여름이 되면 조명이 새카맣게 될 정도로 무당벌레가 붙어서 타죽지요.” 16일 만난 이 양은 아파트 옥상에 설치된 8절지 크기의 조명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옥상에는 이 같은 조명 55개가 있다.

이 양이 무당벌레에 처음 관심을 가진 것은 2009년 7월. 개기일식을 관찰하러 옥상에 올라갔다가 유독 6개의 조명에 무당벌레가 몰려 죽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모두 올림픽공원 방향으로 설치된 것이었다. 두 달을 관찰한 결과 강한 조명이 공원 주변 무당벌레를 유인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내용은 지난해 8월 정식 연구보고서로 탄생했다.

이 양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아파트관리사무소를 방문해 “공원 방향으로 난 조명이라도 끄자”고 제안했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무당벌레의 죽음이 반드시 조명 탓이라는 증거도 없고, 조명을 끄면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 양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아파트 조명의 해로움을 알릴 계획이다. 이 양의 요청으로 보고서를 검토한 정석 경원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아직 완벽한 논문은 아니지만 추가 실험을 통해서 증명할 가치가 있는 주제”라고 말했다.

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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