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미화원 근무 고덕자씨 “어떤 목도리가 이보다 따뜻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일 03시 00분


저소득층 아이들 사진 보고 작년 3월부터 걸어서 출근 교통비 아껴 구입한 털실로 직접 목도리 모자 짜 선물

교통비를 아끼고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목도리를 만들어 선물
한 환경미화원 고덕자 씨가 자신이 짠 목도리를 두르고 찍은 아이들의 사진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제공 월드비전
교통비를 아끼고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목도리를 만들어 선물 한 환경미화원 고덕자 씨가 자신이 짠 목도리를 두르고 찍은 아이들의 사진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제공 월드비전
“아이들 사진을 보니 다 내 자식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이 겨울에 추울까 봐 제가 할 수 있는 선물을 해 준 건데 선행(善行)이라니요.”

2010년 11월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월드비전 사무실로 목도리 22개와 모자 6개를 보낸 환경미화원 고덕자 씨(61·여)는 고맙다는 월드비전 측의 인사에 도리어 이렇게 답했다. 월드비전은 지난해 12월 31일 “고 씨가 형편이 어려워 춥게 겨울을 날 아이들에게 전달해 달라며 직접 짠 목도리와 모자 등을 보내왔다”며 고 씨의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고 씨는 자신이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는 광고기획사 ‘비전크리에이티브’ 게시판에 걸린 아이들 사진을 보고 이 같은 선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저소득층 어린이 11명에게 매달 총 75만 원을 후원하고 있는 비전크리에이티브에서 아이들이 감사 편지와 함께 보내온 사진을 게시판에 걸어놓은 것을 본 것. 고 씨는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라 겨울이 되면 따뜻한 옷도 제대로 챙겨 입기 힘들 것 같아 목도리를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값나가는 선물은 아니지만 고 씨는 목도리와 모자를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월급이 많지 않아 털실을 사기 위해서는 교통비를 아껴야 했다. 3월부터 고 씨는 종로구 혜화동 자신의 집에서 통의동 회사까지 걸어서 출근하기 시작했다. 월드비전 측은 “고 씨가 ‘버스로 다섯 정거장이라 힘들지 않다’며 웃었지만 몸이 건강하지 않아 가끔 병원을 다녀야 하는 고 씨에게는 부담스러운 거리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구입한 털실로 고 씨는 쉬는 시간, 잠자는 시간을 아껴가며 목도리를 하나하나 만들어 나갔다.

월드비전에 선물을 전달한 지 한 달 정도 지난 지난달 초. 이번엔 고 씨가 아이들에게서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고 씨가 만든 선물을 받은 아이들이 목도리를 두르고 활짝 웃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고 씨에게 보내준 것. “정말 예쁜 목도리를 주셔서 감사하다” “직접 짜신 목도리라 그런지 더 따뜻하다”는 감사 쪽지도 함께 들어있었다. 고 씨는 “아주 조금 품을 들여 목도리를 만들어 줬을 뿐인데 내가 들인 노력보다 100배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며 좋아했다.

‘베푸는 즐거움’을 알게 된 고 씨는 새해에는 조금 더 욕심을 부려보고 싶은 마음을 드러냈다. “목도리 두른 아이들 모습을 보니까 조끼도 입으면 더 예쁠 것 같네요. 새해부터는 조끼를 짜는 연습도 좀 해보려고요.”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동영상=바닐라루시, 선덕원 천사들에 ‘천상의 목소리’ 로 사랑나눔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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