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여대생, 안내견과 ‘수석 졸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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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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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문과대 김경민씨 “미담이 없었다면 불가능”
학교측, 졸업식서 미담이 입을 학위복 디자인해 제공

숙명여대 문과대를 수석 졸업하는 시각장애인 김경민 씨와 안내견 ‘미담이’.사진 제공 숙명여대
숙명여대 문과대를 수석 졸업하는 시각장애인 김경민 씨와 안내견 ‘미담이’.사진 제공 숙명여대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도,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었던 것도 ‘미담이’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숙명여대 문과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는 시각장애인 김경민 씨(22·교육학과)가 24일 안내견 ‘미담이’를 끌어안으며 이렇게 말했다. 김 씨는 학점 평균 4.19점으로 문과대 수석에 올라 25일 숙명여대 졸업식에서 문과대 대표로 졸업장을 받는다. 7학기 만에 조기졸업하면서도 졸업에 필요한 140학점을 모두 이수했으며 매 학기 3.7 이상의 평점을 받았다. 김 씨가 밟게 될 졸업식 연단에는 김 씨와 동고동락한 미담이도 올라가 기쁨을 같이할 예정이다.

올해 6세인 미담이는 2007년 김 씨가 대학에 입학할 때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로부터 분양받은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 김 씨는 “미담이가 없었으면 조기졸업이 힘들었을 것”이라며 “졸업장은 제가 받지만 미담이에게도 졸업장을 보여주고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의류학과에서 졸업식 날 미담이가 입을 학위복을 만들었다고 귀띔했다. 김 씨와 미담이가 각각 졸업 가운을 입고 포즈를 취하는 이색 장면을 연출한다는 얘기다.

김 씨는 “수업시간에 강의내용을 대필해주고, 음성파일로 만들어 전해준 친구들의 도움도 컸다”며 “교수님들과 친구들의 배려가 없었다면 수석졸업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힘들게 공부하면서도 학교 시각장애인 봉사단인 ‘숙명 점역봉사단’에서 시각장애 학생용 문제집 제작에 참여하는 등 봉사활동도 꾸준히 해왔다. 영어교사 임용고사를 준비하는 김 씨는 “성적만 강조하는 교사가 아니라 아이들 인생에 큰 의미를 줄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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