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없는 ‘정신장애인 바리스타 카페’

  • 동아일보

한동대서 ‘히즈빈스’ 2년간 운영
임정택 대표 “곧 2호점 오픈”
11명이 일하며 하루매출 80만원

카페 히즈빈스에 근무하는 바리스타 직원들이 경북 포항시 한동대 도서관 3층에 있는 카페 안에 모여 밝게 웃고 있다. 사진 제공 임정택 씨
카페 히즈빈스에 근무하는 바리스타 직원들이 경북 포항시 한동대 도서관 3층에 있는 카페 안에 모여 밝게 웃고 있다. 사진 제공 임정택 씨
49㎡(약 15평) 남짓한 공간, 흙색 벽과 녹색 소파, 원목 탁자가 놓인 카페에서 4명의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느라 여념이 없다. 이들은 불과 2년 전까지 병원과 보호시설을 전전하던 정신장애인들. 우울해서, 혹은 환청이 들려서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오기 힘들었던 이들이 경북 포항시 한동대 도서관 3층에 있는 카페 ‘히즈빈스(His Beans)’에서 하루에 100명이 넘는 학생들을 웃음으로 맞고 있다.

“기적이라고 생각해요.” 카페 히즈빈스를 운영하는 ‘㈜향기내는사람들’의 대표 임정택 씨(26)가 말했다. 이달 한동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임 씨는 카페와 저소득층 창업컨설팅회사, 탈북자 떡 유통업체 등 3곳을 경영하는 번듯한 기업대표.

임 씨가 창업을 결심한 것은 2008년.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보겠다는 일념으로 넉 달간 포항시 복지시설과 저소득층 주거지를 발로 뛰었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보다 정신질환을 앓는 장애인들이 취업에서 소외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임 씨는 사업계획을 구상하고 직접 구청 정신보건센터, 사회복지시설 등을 찾아가 정신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가졌다. 그렇게 첫해 8명의 정신장애인이 모였고 2년이 지난 지금 정신장애인 바리스타는 11명으로 늘었다. 학교 측 관계자들을 설득해 개업한 학내 히즈빈스 1호점은 어느덧 1700원짜리 아메리카노 커피로 하루 매출 80만 원을 내는 알찬 가게로 성장했다.

이런 성공보다 임 씨를 더욱 기쁘게 하는 것은 히즈빈스의 바리스타·요리사로 훌륭히 자리 잡은 정신장애인들이다. 조울증이나 정신분열증을 겪어 사회생활이 어려웠던 이들은 취업시험을 보러 가도 ‘미친 사람’ 취급받기 일쑤였고 어렵게 취업해도 병력이 도져 견디지 못하고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그들이 벌써 2년째 수많은 학생 손님들을 상대하며 다른 직원들과 가족처럼 어울리고 있는 것.

어릴 때부터 정신분열증을 겪어 “취업이란 내 인생에 없을 줄 알았다”는 바리스타 윤대훈 씨(35)는 “누군가와 함께 일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며 밝게 웃었다. 임 씨는 곧 히즈빈스 2호점을 낸다. 그는 “전국 대학에 입점해 정신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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