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순직한 공군 조종사의 80대 부모가 28년간 꼬박 모은 유족연금 1억 원을 순직한 공군 조종사의 자녀를 위한 장학기금으로 내놓았다.
기증자는 고 박광수 중위(공사 29기)의 부모인 박만춘(82) 한계옥 씨(80). 아들 박 중위는 1982년 동해에서 해양훈련을 받다가 호흡곤란으로 순직했다. 꿈에 그리던 F-5전투기 조종사 생활을 갓 시작한 시점이었다.
6·25전쟁 참전용사로 국가유공자인 아버지 박 씨는 슬픔을 이겨내면서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됐다. 그는 보상금 전액을 털어 컬러TV를 구입해 아들이 근무하던 16전투비행단에 기증했고, 매달 나오는 유족연금을 대부분 저축했다. 아들이 못 이룬 꿈을 위해 훗날 쓰일 돈이라는 생각에 부인 한 씨도 남편과 뜻을 같이했다.
박 씨는 “국가가 오랜 훈련을 통해 당당한 전투기 조종사로 키워낸 아들이 예기치 못한 사고로 조국의 부름에 따르지 못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박 씨는 올해 3월 아들이 근무하던 부대에서 아들과 같은 기종의 전투기를 몰던 조종사 3명이 사고를 당했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다. 그는 “28년이 지났지만 내 아들이 사고를 당한 것 같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박 씨는 31일 충남 계룡대 공군본부를 찾아 그동안 모은 유족연금을 전달했다. 그는 “이 돈이 장학재단의 밑거름으로 쓰였으면 좋겠다”며 “어린 유자녀들이 부모의 뒤를 이어 나라를 위한 일꾼으로 성장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씨는 남은 생애 동안 지급받을 연금도 모아 또다시 기부할 생각이라고 했다. 공군은 박 씨의 기부금에다 자체 모금을 통해 8월까지 모두 3억 원 규모의 장학재단을 만들고, 2014년까지 10억 원으로 규모를 키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