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까지 공부하는 한국 교육열 지나쳐, 하지만 미국은 좀 더 뜨거워질 필요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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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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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스 대사 광주 설월여고 강연
“가족과 이웃 배려 균형감도 키워야”


13일 오후 2시경 광주 남구 방림동 설월여고를 방문한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오른쪽)가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 스티븐스 대사는 학생 800여 명을 대상으로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이 자리에서 스티븐스 대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 교육에 대한 관심도 이야기 했다. 광주=박영철 기자
13일 오후 2시경 광주 남구 방림동 설월여고를 방문한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오른쪽)가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 스티븐스 대사는 학생 800여 명을 대상으로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이 자리에서 스티븐스 대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 교육에 대한 관심도 이야기 했다. 광주=박영철 기자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가 13일 오후 2시경 광주 남구 방림동 설월여고를 방문해 학생 800여 명을 대상으로 한미 양국의 교육과 여성의 역할 등을 소재로 50여 분간 한국어 강연과 솔직담백한 대화를 가졌다.

대사는 먼저 설월(雪月)여고의 교명에 대해 “발음은 좀 어렵지만 아름다운 이름”이라며 “눈과 달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운 이미지가 여러분과 비슷하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그는 “1975년 평화봉사단원으로 처음 한국에 와서부터 한국의 교육열을 알 수 있었다”며 “지난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한국의 교육에 관심을 보였는데 ‘미국 학생들도 한국 학생들처럼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많은 학생이 밤 12시까지 공부하는 한국의 교육열은 때로 지나치게 열성적이어서 오히려 병이 될 수 있는 반면 미국은 좀 더 뜨거워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스티븐스 대사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에 비해 한국 여성들이 이룬 성과는 매우 인상적이지만 미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인상을 받는다”며 “여성의 잠재적 역량을 끌어내기 위한 투자는 꼭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인호 전 주러시아 대사의 말씀처럼 ‘여성의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꼭 명문대를 나오지 않더라도 예술과 사업, 스포츠 등 여러 분야에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대사는 3학년 배지성 양(18)이 영어로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느냐”고 묻자 “고교는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는 시기이며, 특히 여성으로서 공부뿐만 아니라 체력과 경험을 쌓고, 가족과 이웃을 배려하는 균형감각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내가 지켜본 35년간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담고 있는 곳이 광주”라며 “광주의 희생과 기여가 한국 경제발전과 민주화의 밑바탕이 됐다는 데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광주=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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