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에 사는 사람들]“9개국 학생 40명 무상수업… 하늘이 도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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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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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亞공동체학교 설립 박효석 씨
목수에 운전사 청소부도 마다안해
“다문화 자녀에도 차별없는 교육을”

부산 아시아공동체학교 박효석 상임이사(뒷줄 가운데 안경 쓴 사람)가 12일 학생들과 함께 새로 옮긴 학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다문화가정과 국내 일반 가정의 자녀 등 9개국 40명이 수업을 받고 있는 부산 아시아공동체학교는 2006년 설립됐다. 부산=최재호 기자
부산 아시아공동체학교 박효석 상임이사(뒷줄 가운데 안경 쓴 사람)가 12일 학생들과 함께 새로 옮긴 학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다문화가정과 국내 일반 가정의 자녀 등 9개국 40명이 수업을 받고 있는 부산 아시아공동체학교는 2006년 설립됐다. 부산=최재호 기자
‘여기 오는 모든 이들은 그들이 어디에서 왔건, 무엇을 믿건, 어떤 피부색을 가졌건 상관없이 한형제다. 그 형제애로 뭉쳐 세계평화를 이룰 것이다.’

부산 남구 문현4동 옛 배정초등학교 현관에 들어서면 보이는 글이다.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한 대안학교인 부산 아시아공동체학교의 교육 이념이다. 20일 세 번째로 학교를 옮겨 이전식을 갖는 이 학교는 2006년 설립됐다.

“2005년 1월경 친구들 모임에서 대안학교 이야기가 나왔지요. ‘코시안’(한국인과 아시아인 사이에서 태어난 2세)을 위한 학교를 운영해보고 싶은 의욕이 솟구쳤습니다. 결혼 이민자이건 이주민이건 그들의 자녀들도 차별 없는 세상에서 교육받을 권리가 있잖아요. 교육 철학도 없이 정말 겁 없이 달려들었죠.”

학교 설립자이자 사단법인 아시아공동체의 상임이사인 박효석 씨(43)의 다문화학교 만들기는 이렇게 싹이 텄다. 3월 학교준비모임을 구성하고 같은 해 10월에는 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문제는 돈이었다. 중장비 기사가 학교 운영은 꿈도 꿀 수 없었기 때문. 대학 때는 학생운동을, 사회에서는 노동운동을 했던 그는 학교 설립에 매달리기 시작했지만 앞이 캄캄했다. 그러다 끈질기게 찾아간 친구 중 한 명이 ‘우리 중에 너 같은 놈도 한 명 있어야 한다’며 선뜻 지원을 약속했다. 현재 이 학교 이사로 있는 김태균 씨(41)가 당시 자신의 3층짜리 건물을 내놓았던 것. 다른 친구는 내부공사를 맡아 교실로 꾸며줬다. 2006년 9월 개교 때는 기적이 일어났다. 박 이사는 “한 명이라도 오면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통학버스에서 11명의 학생이 내리는 걸 보고 놀라 뒤로 넘어질 뻔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현재는 9개국 학생 40명이 전일제 무상수업을 받고 있다. 박 이사는 “당신 아들부터 가르쳐 보라는 주위의 비아냥거림도 있었다”며 “아들 영진이(13)와 딸 민주(11)도 입학시켜 지금까지 잘 다니고 있다”고 귀띔했다.

학교 입학은 다문화가정이나 국내 일반가정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통해 가능하다. 수업은 한국어, 모국어, 교차수업, 한국문화 적응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학부모를 위한 한국어, 요리, 컴퓨터, 교과서 따라잡기, 교과서 번역 등 다문화 네트워크도 운영된다.

정규교사 6명과 자원봉사 교사 20명, 외국인 교사 8명이 각 나라의 언어를 섞어 가며 ‘소통과 융합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그의 꿈은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세계 각 나라에 부산아시아공동체와 같은 학교를 지어 융합교육을 실천하는 ‘세계학교’도 구상하고 있다. 올해 안으로 필리핀 남부 다바오에 설립될 예정인 ‘코피노(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아이) 학교’도 이 가운데 하나다.

목수에 통학차량 운전사, 청소부까지 일인다역인 그의 손에는 늘 페인트와 기름때가 묻어있다. 박 이사의 다문화에 대한 신념은 확고하다. “이 학교는 나만의, 우리만의 학교가 아닙니다. 어려울 때면 꼭 후원자와 독지가가 나타납니다. 하늘이 돕는 것이지요. 현재 후원자 350명과 1500여 명의 자원봉사자 및 서포터스가 이 학교의 주인입니다.”

박 이사는 “더 좋은 교육을 위해 학교 인가와 학력 인정이 마지막 소원이자 희망”이라고 말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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