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구 옥동 울산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정민자 센터장(52·여·울산대 교수)은 울산에서 ‘다문화가족의 대모(代母)’로 통한다. 10여 년 전부터 다문화가족을 위한 입법 활동과 기관 설립, 프로그램 운영 등을 도맡아 오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대에서 아동가정복지학을 강의하는 정 교수가 다문화가족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7년으로 울산시 복지여성국장으로 발탁된 뒤부터다. 정 교수는 ‘복지도시 울산’을 만들어 달라는 당시 심완구 울산시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복지정책의 기초가 되는 울산의 가족 동향을 관찰했다. 결론은 저출산과 가족 해체뿐 아니라 결혼이민자 문제도 대비하지 않는다면 장래 한국 사회에 큰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정 교수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가정복지법을 제정할 것을 국회에 제안하기도 했다.
1999년 울산시 복지여성국장을 그만두고 대학 강단으로 돌아간 정 교수는 울산시 근무시절 익힌 실무를 바탕으로 가족문제에 대해 본격적인 연구를 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2000년부터는 국제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베트남이나 중국동포 등 외국 여성들이 한국 남성과 결혼해서 이민을 오는 인구가 급증하던 시기. 정 교수는 결혼이민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지원이 정부와 자치단체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2006년 3월 울산에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를 개소해 소장을 맡았다. 결혼이민자를 위한 지원센터는 울산이 전국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이는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시행되기(2008년 9월) 2년 반 전이었다.
정 교수는 2007년에는 결혼이민자가족의 아동 양육 지원사업을 시범실시하고 다문화가족 축제도 열었다. 울산시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뒤에 다문화가족지원센터로 개명)는 2007년 12월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돼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2008년부터는 결혼이민자가족의 집을 직접 방문해 한글과 한국 문화를 가르치고, 다문화가족에게 영농교육도 했다. 또 웅진그룹 산하 재단법인 웅진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다문화가족을 위한 도서관을 5곳 운영했다. 다문화가족을 위한 도서관은 ‘레인보우 공부방’으로 불리며 현재 울산에서 15곳이 운영되고 있다. 지원센터는 지난해에는 한국어 교육을 96차례에 걸쳐 1만2480명에게 실시했으며, 울산에 거주하는 3000여 다문화가족 가운데 절반 이상인 1800여 가구와 상담을 했다.
정 교수는 “다문화가족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다문화가족 정책위원회’를 각 자치단체에 둬 정책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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