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에 사는 사람들] 2007년부터 매년 이민여성 10∼30쌍 결혼식 주관 이홍섭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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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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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결혼식 올려주니 ‘한국 국민’ 됐다며 감동”

사단법인 ‘울산시 아름다운 다문화가정공동체’ 이홍섭 상임대표(66·사진)는 울산에서 다문화가족을 위한 사업을 가장 왕성하게 펼치는 사람으로 꼽힌다. 이 대표가 가장 적극적으로 펼치는 사업은 다문화가족 결혼식.

이 대표는 “베트남과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여성들이 한국으로 결혼이민을 올 때는 현지에서 한국 남성과 약식으로 결혼식만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꿈 많은 젊은 결혼이민 여성들에게 웨딩드레스를 입히고 면사포를 씌워 한국에서 정식 결혼식을 올려주면 비로소 한국 국민이 됐다며 매우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07년부터 매년 10∼30쌍씩 결혼식을 주관하고 있다. 올해는 9월경 울산 중구 동천체육관에서 다문화부부 30쌍에게 합동결혼식을 올려 줄 예정이다.

이 대표가 다문화가족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울산시 공동모금회 분배위원으로 활동하던 2006년 8월부터.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국민 성금이 적절하게 분배됐는지를 현장 점검하는 과정에서 다문화가족들의 어려움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이들을 돕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 이 대표는 2007년 7월 결혼이민자를 돕기 위한 조직인 ‘M P 인터내셔널’을 설립하고 한국어 교육을 실시했다. 2008년에는 결혼이민자를 대상으로 야유회를 열기도 했다. 지난해 2월에는 M P 인터내셔널을 울산시 아름다운 다문화가정공동체(다문화공동체)로 이름을 바꾼 뒤 7월 울산 태화강에서 열린 세계 드래건보트 선수권대회에 결혼이주 여성들을 통역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도록 해 정주(定住)의식과 자긍심을 심어줬다. 현재 다문화공동체의 후원 회원은 600여 명. 이 대표는 “울산에 거주하는 3200여 다문화가족과 후원회원이 일대일 자매결연을 하는 것이 목표”라며 올해 말까지 후원회원을 3000여 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다문화공동체는 후원회원들이 내는 매월 5000∼1만 원의 회비로 합동결혼식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다문화공동체는 지난달 27일 울산시 지원으로 동구 서부동에 ‘울산시 동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열었다. 또 다문화공동체는 현대중공업과 ‘다문화가정 및 이주 노동자를 위한 사업 교류 협약서’를 체결하고 현대예술관 시설을 무료로 이용하는 등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는 찾아오는 결혼이민자들에게 한국어 교육과 다문화사회 이해 교육, 취업과 창업 지원, 다문화가족 자조(自助) 모임, 개인 및 가족 상담 등을 하고 있다. 결혼이민자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지원하기 위한 통·번역 서비스와 통·번역 인력 양성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베트남 출신의 레티 죽 씨(28·여)가 이 센터에 상근하고 있다.

이 대표는 “결혼이민자들이 한국문화에 무조건 적응하도록 강요하지 말고 출신국의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고 인정해야 한다”며 “그래서 결혼이민자들이 자기 나라의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한국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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