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생명 준 한국에 감사… 맘껏 뛰어놀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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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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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심장병 어린이 2명
서울아산병원 무료 수술 성공

캄보디아에서 온 미아스 펫, 미아브 키안 씨, 시앙 익 군, 옥 속미안 양이 치료를 마치고 29일 서울나들이에 나섰다(왼쪽부터
시계방향). 이들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내 아쿠아리움에서 수족관 속 물고기를 신기한 듯 구경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아산병원
캄보디아에서 온 미아스 펫, 미아브 키안 씨, 시앙 익 군, 옥 속미안 양이 치료를 마치고 29일 서울나들이에 나섰다(왼쪽부터 시계방향). 이들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내 아쿠아리움에서 수족관 속 물고기를 신기한 듯 구경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아산병원
“솜 크인 코마 미은 즘응 베롱… 케 타에 토임 아오이 코앗!(심장병 어린이를 찾습니다. 치료해줄게요)”

9월 12일 캄보디아 남서쪽 캄포트 시. 미아브 키안 씨(43·여)는 라디오를 듣다가 숨이 막혔다. 그는 “우리 애가 살게 됐어요”라고 외쳤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140km 떨어진 당퉁군에 사는 미아스 펫 씨(76·여)도 눈물을 흘렸다. 지역라디오에서 한국의료진이 심장병을 앓는 자신들의 딸과 손자를 한국에 데려가 무료로 치료해주겠으니 연락바란다고 방송했기 때문이다.

29일 오후 1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내 아쿠아리움. 옥 속미안 양(4)과 시앙 익 군(7)은 수족관의 물고기를 보며 마냥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보름 전까지 자신들을 괴롭히던 가슴쪽 고통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국에서 새 생명을 얻고 29일 출국에 앞서 서울 나들이에 나선 것이다.

옥 양과 시앙 군은 어릴 때부터 ‘팔로사징증’을 앓았다. 팔로사징증이란 폐동맥협착증, 우심실비대증 등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선천성 심장병이다. 옥 양은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입술, 손톱, 얼굴이 푸르게 변했다. 시앙 군도 학교에 다닐 나이가 지났지만 심장병 때문에 학교에 갈 수 없었다. 학교까지 1시간은 걸어야 하는데 심장이 아파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었다. 둘 다 수술을 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했다. 하지만 옥 양 가족은 농사를 하며 겨우 끼니를 때울 정도로 가난했다. 외할머니와 사는 시앙 군의 집도 가난하긴 마찬가지였다.

좌절 속에서 살던 이들은 2월 한국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이 자원봉사를 하러 캄포트 시에 온다는 소식을 접했다. 시앙 군 가족은 시앙 군을 오토바이에 태운 후 비포장도로를 4시간 달려 의료팀을 찾아왔다. 옥 양 가족도 몇 차례 수소문 끝에 겨우 국내의료진이 머무는 병원을 방문했다.

결과는 절망적이었다. 열악한 캄보디아 의료시설로는 복잡한 심장병 수술이 불가능했다. 한국의료진이 돌아가자 이들은 크게 절망했다. 국내로 돌아온 서울아산병원 박인숙 교수도 아이들의 얼굴이 눈에 밟혔다. 결국 서울아산병원 측은 9월 이들을 국내로 데려와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한시가 급한데 아이들 가족에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워낙 가난해 전화가 없었을 뿐 아니라 집주소도 확인이 안 됐다. 보름간 수소문했으나 이들을 찾지 못해 포기하려던 병원 측은 지역 라디오를 통해 아이들 이름을 공개하며 ‘한국으로 데려가 수술해주겠으니 연락해 달라’는 방송을 했다.

아이들은 12일 한국에 와 14일 서울아산병원에서 8시간의 대수술을 받았다. 입국 시 어둡던 아이들의 표정은 수술 후 밝아졌다. 건강을 찾은 아이들은 평소 “바닷속이 보고 싶다”는 소망대로 수족관을 찾아 한국에서의 마지막 추억을 만들었다.

“친구들과 뛰어 놀고 싶어요. 저도 선생님이 돼서 남을 도울게요.”(시앙 군)

“점심으로 먹은 고기(삼겹살)가 맛있었어요. 한국에 감사해요. 나중에 여기서 일하고 싶어요.”(옥 양)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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