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 이름까지도 다 꿰며 한명 한명에 애정주신 스승님”

  • 입력 2009년 5월 12일 03시 03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연세장례식장에 마련된 장영희 서강대 교수 빈소에서 한 조문객이 추모를 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연세장례식장에 마련된 장영희 서강대 교수 빈소에서 한 조문객이 추모를 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故 장영희 교수 조문행렬

“100명이 넘게 듣는 첫 수업 시간에 사진을 내라고 하시더니 한 달 만에 얼굴과 이름을 외우시더군요. 교수님은 제자의 학업성취도도 꿰고 계셨어요.”(김미경·47)

9일 암 투병 끝에 숨진 장영희 서강대 영미어문·영어문화학부 교수는 교단에서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철저한 스승이었다. 11일 빈소가 있는 서울 세브란스병원 연세장례식장에 모인 장 교수의 제자들은 “시험을 보면 오답까지 체크해 돌려주실 정도로 학생 한명 한명에게 애정을 가지신 분이었다”고 말했다.

제자 김정진 씨(39)는 “강단에 선 교수였지만 제자들에게 교훈을 주기보다 교감을 하려던 분이었다. 늘 자신의 책에 사인과 함께 정성껏 스티커를 붙여주던 소녀였다”고 말했다. 같은 과 교수로 재직 중인 유원호 교수는 “(고인은) 올해 안식년을 갖기 전날까지 교양영어 주임을 맡아 학교를 위해 봉사했다”며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증을 끊고 교수들의 회의를 주재할 정도로 자기 일에 빈틈이 없었다”고 말했다.

11일에는 평소 고인의 에세이를 애독해 온 독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조문객이 모두 1500여 명에 이르렀다. 빈소를 지키던 한 제자는 “10일까진 제자들과 동료 교수가 대부분이었는데 11일부터 신문을 보고 일반인들의 추모 행렬이 늘어나고 있으며 가수 조영남 씨와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도 조문했다”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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