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도 그리던 어머니 어디에…”

  • 입력 2009년 2월 4일 03시 01분


국내 프로농구 사상 처음 실시된 하프코리안 드래프트에 참가한 케빈 미첼이 KT&G 입단이 확정된 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국내 무대에서의 활약을 다짐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국내 프로농구 사상 처음 실시된 하프코리안 드래프트에 참가한 케빈 미첼이 KT&G 입단이 확정된 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국내 무대에서의 활약을 다짐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KT&G 입단 혼혈 농구선수 미첼의 ‘사모곡’

두살때 미국 가 27년만에 한국 땅 다시 밟아

두 살 때 미국으로 간 그가 다시 한국 땅을 밟는 데는 27년이 걸렸다.

한국말은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밖에 못하지만 미국에서 자주 한국 음식점에 들러 김치와 불고기를 먹었다는 그는 “한국 음식이 자꾸 당기는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며 웃었다.

한국인 어머니와 주한 미군이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농구 선수 케빈 미첼(29).

그는 2일 국내 프로농구 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하프코리안(귀화·혼혈 선수) 드래프트에 참가해 4순위로 KT&G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 선수의 꿈을 이룬 미첼은 또 하나의 소망이 있다. 희미했던 기억조차 이제는 사라지고만 어머니를 꼭 만나고 싶은 것이다.

미첼의 부모는 한국에서 결혼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신접살림을 차렸지만 얼마 안돼 이혼했다. 어머니는 귀국했고 아버지는 재혼을 해 미첼을 키웠다.

미첼은 두 이복동생과 단란하게 자랐지만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마저 감출 수는 없었다.

“어릴 적에는 원망과 그리움이 교차했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어머니를 찾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어머니가 새 가정을 이뤘어도 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머니를 찾은 뒤의 그의 꿈은 소박했다.

“늦지 않았다면 이제라도 어머니와 아들의 사이로 살아갔으면 합니다. 제 어머니니까요.”

미첼의 어머니에 대한 단서는 그의 출생신고서. 어머니의 이름과 당시 나이(22세)가 적혀있다. 하지만 그는 “어머니가 현재 어떤 상황일지 몰라 이름을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미첼은 어머니를 찾지 못해도 혼혈임을 증명할 수 있는 출생신고서가 있기 때문에 귀화 후 국내 무대에 서는 데 걸림돌은 없는 상태다.

미국 텍사스대 포인트 가드 출신의 미첼은 현재 제약회사에 다니고 있다.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았다. 4일 출국하는 그는 현지 생활을 정리한 뒤 4월쯤 한국에 돌아올 예정이다.

183cm의 미첼은 KT&G에서 주희정과 함께 경기를 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슈팅과 경기 시야가 넓은 것이 장점인 그는 농구선수로서 한국에서 이루고 싶은 소망도 많았다.

“팀이 우승하고, 올스타에도 뽑히고, 기회가 되면 국가대표도 되고 싶습니다. 제가 유명해지면 어머니를 찾기가 훨씬 쉬워지지 않을까요?”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지선호(27·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4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