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가 나를 신나게 해요”

  • 입력 2008년 10월 15일 02시 57분


3년째 식사비를 지원하고 있는 에티오피아 양아들 사비르(5)와 함께한 대구지법 민사16부 이연진 판사.
3년째 식사비를 지원하고 있는 에티오피아 양아들 사비르(5)와 함께한 대구지법 민사16부 이연진 판사.
阿어린이 식비지원 새내기 판사 이연진 씨

임관후 첫 휴가 에티오피아 자원봉사 택해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45km 떨어진 해발 2200m 고산지대 마을 비쇼프투.

한국에서 비행기를 두 번 갈아탄 뒤 버스로 2시간 넘게 달려야 닿을 수 있는 이 작은 마을에 올해 8월 초 한국인 17명이 자원봉사를 다녀왔다.

마을 안에 있는 한국국제봉사기구(KVO) 지부에 앳된 얼굴의 여성 자원봉사 단장이 도착하자 수십 명의 아이가 반갑게 달려들었다.

3년째 머나먼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에게 매달 식사비 25만 원을 지원하고 있는 이 여성 단장은 올해 판사로 임관한 대구지법 새내기 판사 이연진(26) 씨. 임관 후 첫 휴가로 에티오피아 자원봉사를 택한 것이다.

고려대 법대 01학번인 이 판사는 대학 1학년 때 통역 자원봉사를 하면서 KVO와 인연을 맺었다. 자연스레 아프리카 빈곤 아동들을 접하게 됐고 법률가가 돼 국제기구에서 빈곤 퇴치를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

“거창한 박애주의 때문이 아닙니다. 그냥 나를 달궈주고 흥이 나게 하는 것 중 하나가 자원봉사여서 사회 진출 후 제일 먼저 다녀 온 것뿐입니다.”

‘매사에 즐겁고 열심히(Interest & Passion)’가 좌우명인 이 판사는 혁신적 개척자 등의 특징을 지낸 대표적인 IP세대다.

법원 내 판사들로 구성된 밴드에서 건반 연주와 보컬을 맡고 있는 그는 운동에도 열심이다.

내년 목표가 법원 동료들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등정하는 것. 얼마 전 법원 체육대회에서 마라톤 5km코스를 완주했는데 다음번에는 하프코스에 도전하겠다는 야무진 꿈도 밝혔다.

“다혈질인 편인데 자원봉사하면서 사람을 섬기는 법을 배우게 돼 법관 일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IP세대들이 저개발국가에 대한 봉사활동이나 후원에 관심을 가지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