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아언니 없으면 안돼, 런던도 같이 가”

  • 입력 2008년 8월 30일 02시 59분


한국여자탁구대표팀의 당예서(왼쪽)와 김경아가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스튜디오에서 베이징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동메달을 차지할 때 찍은 대형 사진을 사이에 두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박영대 기자
한국여자탁구대표팀의 당예서(왼쪽)와 김경아가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스튜디오에서 베이징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동메달을 차지할 때 찍은 대형 사진을 사이에 두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박영대 기자
베이징 여자탁구 단체전 銅주역 당예서-김경아를 만나다

베이징 올림픽 기간 TV 브라운관에 비친 중국인 출신 귀화 탁구선수 당예서(27·대한항공)의 모습은 참 심각했다.

일본을 이기고 단체전 동메달을 목에 건 순간에도 웃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김경아(31·대한항공), 박미영(27·삼성생명), 현정화(39) 코치도 눈물만 흘렸다.

귀국 뒤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일보 본사를 찾은 당예서, 김경아를 보고 무엇보다 반가웠던 점은 무척 편안해 보였다는 것. 당예서의 웃음은 생소하기까지 했다.

단체전 동메달을 따기까지 힘든 과정을 들었다. 우리말이 어눌한 당예서의 말투는 가능한 그대로 옮겼다.

당예서는 2000년 대한항공 훈련 파트너로 한국 땅을 밟았다. 오로지 올림픽만 바라보고 달려온 8년이었다. 지난해 12월까지는 귀화 시험 준비로, 이후엔 대표 선발전, 올림픽 대표 선발전, 세계 랭킹을 높이기 위한 국제 오픈대회 참가 등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했다.

김경아는 “작년 12월부터 6월까지 거의 20개 대회에 참가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대표가 되고 나니 한국 최초 귀화 외국인 대표 선수에 대한 곱지 않은 시각도 있었다.

“부담 많았어요. 올림픽 나가기 전에 (귀화 선수를 국가대표로 선발한 것을 두고) 많이 시끄럽잖아. 진짜로 저는요, 시합(올림픽) 나가서 못하면 욕먹어. 많이 생각했다. 무조건 잘해야 돼. 잘 못하면, 아, 어떻게 해야 하나.”

당예서가 혼자 분투하는 동안 국내 탁구계는 파벌 다툼에 휩싸였다. 현정화, 유남규 대표팀 코치가 지난해 12월 동반 사퇴했고 피해는 고스란히 대표 선수들에게 돌아갔다.

김경아는 “왜 우리만 남겨 두고…. 선생님에 대한 원망도 많이 했다”고 했다.

코치진이 바뀌었지만 파벌 다툼 속에 선수들은 뒷전이었다.

“우리끼리 훈련한 적이 많았어요. 너무 힘들어 미영이한테도 그랬어요. 이번 올림픽은 (좋은 성적 내기는) 글렀다고.”

새 회장 선출로 파벌 다툼이 일단락되고 7월에야 두 코치가 복귀했지만 준비 기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정말 이만큼 준비해서 메달 딴 것이 믿기 힘든 일”이라고 김경아는 말했다.

김경아와 당예서는 2004년부터 대한항공에서 5년째 한솥밥을 먹고 있는데 사이가 친자매 못잖다.

당예서는 처음 봤을 때 김경아를 ‘찜’했다고 털어놓았다. “언니랑 올림픽 가면 좋겠다. 언니 진짜 대단해요. 수비수(수비전문선수)가 올림픽 동메달 정말 어렵다. 언니랑 같이 가면 할 수 있겠다.” 김경아는 2004년 아테네 대회 때 수비 전문으로는 사상 첫 개인 단식 동메달을 땄다.

김경아는 당예서를 ‘탁구 이기주의자’라고 했다. 탁구장 밖에선 성격이 원만한데 탁구에 관한 한 절대 양보가 없다는 것. “걱정도 많이 했어요. 하루 종일 훈련하고 숙소 가면 탁구 경기 녹화 테이프 보고…. 메달 땄으니 다행인데 성적 나빴으면 아마 미쳐 버렸을지도 몰라요.”

당예서는 벌써 2012년 런던 올림픽을 바라보고 있다. 이번에도 김경아를 끌어들이고 싶어 안달이다. 나이 서른도 넘기고 최근 결혼도 한 김경아는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이라고 못 박았는데도 말이다.

“언니, 언니, 다음 올림픽 꼭 같이 나가야 돼. 언니 없으면 메달 못 따. 안 돼.” 김경아는 그저 웃기만 한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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