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 못할 가수 꿈… 노래는 내 운명”

  • 입력 2007년 10월 3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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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치과의사가 가수로 데뷔했다. 주인공은 현재 강원 강릉시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치과를 오가며 전문의로 활동 중인 박소연(39) 씨. 그녀는 최근 팝클래식 분위기의 10곡으로 구성된 크로스오버 앨범 ‘별과 바람의 노래’를 냈다.

단순히 취미 차원에서 낸 아마추어 앨범이 아니다. 일러스트 작가 곽선영 씨의 그림으로 만든 표지 등 앨범의 구석구석을 모두 세심하게 신경 쓴 ‘웰메이드 앨범’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엇보다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의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광화문연가’ ‘붉은 노을’ ‘난 아직 모르잖아요’ 등을 만든 인기 작곡가 이영훈 씨가 맡은 점이 화제다. 1999년 이문세 13집 작업을 끝으로 신곡을 발표하지 않았던 이 씨가 가수 경험이 전혀 없는 신인에게 전곡을 준 것은 이례적이다.

“4년 전 이 선생님이 호주 시드니로 이민을 떠났을 때 지인을 통해 알게 됐어요. 그러다 음악을 왜 하려는지,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에 대해 2년 동안 끊임없이 e메일을 주고받았어요. 그렇게 제 진심을 전달하고 나니 선생님께서 오디션을 볼 기회를 주셨죠.”

그녀는 원래 예원중에서 피아노를, 서울예고에서 성악을 전공한 예비 성악가였다. “한 번도 음악 아닌 길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는 그녀가 음악의 길을 접은 건 목표로 했던 음대에 떨어지고 난 뒤였다.

방향을 돌려 연세대 치대에 진학한 그녀는 2000년 강릉에서 치과를 개원한 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며 안정된 생활을 꾸려나갔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친구의 권유로 정신 분석 상담을 받으며 가슴 한쪽에 묻어뒀던 가수의 꿈을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

“공을 물속에 집어넣으려는데 부력 때문에 자꾸 삐죽삐죽 위로 튀어 오르는 느낌 아세요. 제가 돌고 돌아 다시 음악을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였어요. 그 부력이 제가 노래를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거죠.”

병원에서 노래를 틀어놓고 있지만 아직까진 환자들에게 자신의 앨범임을 밝히긴 쑥스럽다는 박 씨. 어렵게 늦깎이로 데뷔한 만큼 목소리가 안 나오는 날까지 노래하는 것이 목표다. “친근하게 마음에 와 닿은 음악이 요즘 없는 것 같아요. 제 노래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저처럼 잃어버리고 살았던 무언가를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는 그런 음악이 됐으면 좋겠어요.”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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