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축구에 신동이 떴다…감곡초등 정은주 팀을 꼴찌서 정상으로

  • 입력 2006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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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축구계에 ‘리틀 마라도나’가 떴다. 작은 몸매지만 당차게 그라운드를 휘젓는 모습에 축구 관계자들이 모두 놀라고 있다. 축구에 입문한 지 3개월 만에 꼴찌 팀을 전국 최강으로 바꿔놓았다.

충북 음성 감곡초교 여자 축구부 6학년 골잡이 정은주(12). 영동 부용초교 육상 단거리 선수였던 그가 학교를 옮겨 축구를 시작한 게 올 3월. 지난해 전패 팀이던 감곡초교는 5월 춘계연맹전 8강에 이은 여왕기 준우승, 6월 소년체전 우승, 7월 여자선수권 우승까지 어느새 전국대회 2관왕에 올랐다. 모두 정은주란 ‘축구 천재’ 덕분이다.

김동기 감곡초교 감독은 “한마디로 천재다. 하나를 얘기하면 열을 알아듣는다. 고교 언니들하고 100m를 달려도 비슷하다”고 칭찬을 늘어놓는다.

정은주의 최대 장점은 5학년 때인 지난해 참가한 소년체전 80m에서 11초 9로 4위에 올랐던 빠른 발. 18일부터 강원 홍천에서 열리고 있는 통일대기 여자축구에서 그는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최전방 공격수임에도 수비에 구멍이 나면 수비수로, 미드필드가 불안하면 미드필더로 뛴다. 어릴 때부터 남자 아이들과 축구를 한 게 원동력이란다.

“축구가 너무 재미있어 남자 애들과 자주 했어요. 그래도 절대 지지 않았어요”라며 씩 웃는 정은주의 얼굴은 정말 해맑았다.

그런데 이런 정은주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생겼다. 진단 결과 성장 호르몬 이상으로 키가 크지 않고 있는 것. 현재 146cm에 43kg. 초등학교 6학년치곤 작은 키. 지난 2년간 전혀 크지 않았다. 1년 전부터 약물 치료를 받고 있지만 별 효과가 없다. 부모 없이 할머니 밑에서 4남매가 어렵게 자라다 보니 병을 일찍 발견하지 못한 데다 치료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정은주는 “축구가 너무 하고 싶은데…. 더는 키가 크지 않는다면 해서 뭐 해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할머니 장갑성(73) 씨도 “키가 더 안 큰다면 아예 축구를 그만두고 공부를 하거나 기술을 배우는 게 은주 인생을 위해 좋을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승수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정밀 검사를 해봐야 하지만 아직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다시 클 수 있게 하는 치료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주는 서정호 서울시청 여자축구팀 감독과 김영봉 전 한국여자축구연맹 부회장 등의 도움으로 통일대기가 끝난 뒤 정밀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홍천=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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